인엽


<'인디아나 존스' 다시 보기>


 


2003.09.12 이인엽 


 






어렸을때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를 꼽으라면,

스타워즈 시리즈와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꼽을 것이다.


천재적인 감독인 죠지 루카스, 스티븐 스필버그, 그리고 유머감각있고 싸움도 잘하는 해리스 포드 . . .

방대한 스케일과 특수효과 등, 80년대를 대표하는 블록버스터라고 할 수 있다.


추석 연휴 기간에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1,2,3 편을 TV에서 방영해서 다시 봤다.

참 방송국도 너무하지, 이게 언제적 영화인데,

그리고 그동안 몇번이나 틀어줬는데 이걸 또 해주나 . . .


그래도 아주 의미없었던것은 아닌게,

가끔 어렸을때 본 영화를 다시보면, 그때 이해하지 못했던 다른 요소들을 깨닫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시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것은,

그 안에 담긴 제국주의적이고 서구중심, 미국중심 적인 시각이었다.



인도에서 샹카라의 돌을 찾는 2편 '인디아나 존스'의 한 장면.


존스 박사 일행이 인도의 한 성에 도착해,

성의 인도인 왕, 수상과 그리고 식민지를 관리하는 영국군의 대령이 함께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영국의 식민지배와 과거 인도에서 일어났던 세포이 반란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대령과 인디아나 존스는 과거의 반란 세력이 또 나타날 것을 우려하고,

성의 왕과 수상은 절대 그런일이 없다고 부인한다.


그러면서, 음식이 나오는데,

음식은 삶은 구렁이와 그 속에서 나오는 새끼 뱀들, 익힌 곤충, 동물의 눈알 스프, 냉동시킨 원숭이 골 등,

온갖 기괴한 것들 뿐이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숨겨진 비밀이 드러나는데,

수상의 설명과는 달리,

그곳은 사람의 심장을 제물로 바치는 칼리 신을 섬기는 종교집단의 본거지이자,

동시에 영국에 대해 반란을 계획하는 소굴로 설정되어 있는 것이다.


그 집단은 마을의 어린이들을 납치해다가 강제 노역을 시키고,

기독교인들에 대한 암살과 영국에 대한 반란을 꾸미고 있으며,

마을의 평화를 위협하는 존재들로 묘사된다.



이를 알게된 인디아나 존스가

샹카라의 돌을 빼앗기 위해 싸움을 벌이는데,

위기에 처하자 영국의 군대가 구원자로 도착하여 광신자 집단을 물리치고,

납치되었던 어린이들은 집으로 돌아와 마을의 평화는 회복된다.




모험과 액션이 참으로 멋지게 진행되는 과정에서,

은밀하게 관걕들에게 전달되는 이데올로기...


영국에게 지배를 받고 있는 피지배 국가 인도의 주민들은,

기괴한 음식을 먹는 야만인들이며,


피 지배국가인 인도인들에게 문제와 고통을 일으키는 것은, 이들을 식민지화하고 착취하는 영국이 아니라, 

반란을 꾀하는 토착 세력이고, 그들은 광신자 집단이며 자기 동족을 억압하는 악한 존재들이라는 설정이다.


세계 각지로 유물을 찾아다녀서 미국의 박물관으로 빼내오는 고고학자 인디아나 존스는

악한 원주민 세력에 맞서 싸우는 영웅으로 묘사되고,

그의 친구인 영국군대는 질서를 수호하는 역할을 맡는다.


인도의 유구한 역사나 문화는

단지 신기함이나 기괴함으로 인식될 뿐이며,

정치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서구 국가들의 지도가 필요한

미개한 종족으로 그려지는 것이다.


세계 각지에서 식민지를 착취했던 서구 국가들의 폭력과 위선,

그리고 간디가 추구했던 인도의 비폭력 불복종 운동등은

이 영화에서 설 자리가 없다.



어린시절 봤을 때는, 미국의 영웅, 잘생기고 싸움 잘하고 유머감각있는 인디아나 존스가 그저 멋있게 보였지만, 

정치와 역사를 공부하고 보니, 참 거부감이 드는 내용이었다. 


참으로 지나친 서구중심적 이데올로기이고,

오리엔탈리즘(서구의 시각으로 동양을 판단하는)인 전형인 것이다.


헐리우드 오락 액션 영화인데 너무 심각한거 아닌가 싶겠지만,  

결국 대중에게는, 심각한 역사책 보다도, 이렇게 일상적으로 접하는 문화속에 은밀하게 스며있는 서구중심의 관점이 파급력이 강하다. 


존 웨인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서부극들이, 미국 초기역사와 인디언 학살의 기억에 대한 대체역사로서 미국인들의 사고를 지배해온 것처럼 말이다. 



이제와서 느끼는 거지만,

얼굴도 두껍지, 어떻게 이런 영화를 만들었을까?


역사의식의 결여 뿐 아니라, 


서구의 식민주의의 어두운 유산에 대한 미화와 자기중심적 역사 왜곡을 서슴지 않는 이런 작태는

참으로 역겹다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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