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엽

유학생활 이야기2: 외국에서 보내는 설날, 그리고 유학생의 삶

 

이인엽

 

 

외국에서 혼자 생활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하고 눈물을 찔끔하게 되는 영상이네요. 보험회사 광고인데, 호주에서 워홀러로 일하면서 공부하는 한국 학생들을 위해, 어머니들이 직접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서 찾아가는 아주 특별한 이벤트를 보여줍니다. 한국시간으로는 오늘, 미국으로는 내일이 설날입니다.  가족을 떠나 혼자 살아보면, 나를 특별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부모님과 가족, 친지, 친구들의 사랑과 관심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절감하게 되지요. 

 

제가 가르치는 대학에도 한국 유학생이 있어서 아내가 집에 초대해서 밥도 해먹고, 다른 외국학생들도 조금씩 알아가고 있지요. 얼마전에는 저희 동네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 방과 후에 아시안 유학생들만 모여서 따로 영어공부하는 클래스가 있는데, 여기에 초대를 받아서 제 유학생활 경험을 잠시 이야기 할 기회가 있었어요. 한국, 중국 일본에서 온 12명정도 되는 조기 유학생들이고, 다들 온지 1년이 채 안되는 (영어로 배에서 갓 내렸다고 'Fresh off the boat'이라고 부릅니다) 학생들로 몇명은 영어나 이런저런 이유로 힘들어 한다고 하더군요. 초대한 선생님이 그래도 같은 아시안으로 유학와서 미국 대학에서 가르치는 교수가 와서 한마디 해주면 학생들이 좀 용기를 얻지 않을까 싶다고 해서, 아내와 함께 방문을 했었지요. 

나도 박사학위하던 지난 봄까지 너희들과 같은 유학생이었다고 하면서, 몇 마디 안되는 중국말과 일본어 한국어로 인사를 하니 관심을 보이면서 반가워 하더군요. 예전에 코스타에서도 한번 간증을 했었지만, 가족 친구를 떠나서 미국에 와서 지내는 심정이, 마치 뿌리뽑힌 화초 같았다고 이야기 하면서, 저의 유학시절 이야기를 잠깐 나누었습니다. 좀 오래된 영화지만, 영화 레옹에서 주인공이 화분을 들고다니는 장면이, 사회에 뿌리 내리지 방황하는 인물의 심리를 상징한다는 이야기도 해 주었지요. 

학생들이 대부분 가족없이 혼자 나와있는 조기 유학생들인데, 안그래도 힘든 사춘기에 왜이렇게 고생을 해야하나 안타깝기도 하고, 한 친구는, 호스트 해주는 미국 가족이 너무 이중적이고, 어이없는 것들로 눈치를 주고, 심지어 한국 음식은 절대 해먹지도 집에 가지고 오지도 못하게 해서, 혼자 방에서 라면을 부숴먹었다고 해서, 그러면서도 무교인 이 친구에게 자꾸 교회 나오라고 압박을 준다 해서, 매우 화가 나더군요. 기본적으로 외국 문화를 존중할 생각이 없는 사람이, 왜 호스트 부모 같은걸 하는지....

 

석사학위 두번째 해 추수감사절(Thanksgiving) 때는, 박사지원 서류를 준비해야 했는데, 같은 집에 살던 다른 친구들은 다 가족들 만나러 돌아가고, 텅빈 2층 집에서 한 주 동안 거의 아무 말 안하고 아무데도 안나가고, 혼자 밥해먹고, 혼자 지원서류만 썼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마치 달 기지에 혼자 근무하는 우주비행사가 된 기분이 들더군요. 왠지 빈 집에서 산소호흡을 하듯 천천히 숨을 쉬면서 무중력상태에 있는 척 슬로우 모션으로 걸어보고 싶은 기분이 들었던.ㅎㅎㅎ 이런 소재를 다룬, '더 문(The Moon, 2009)'이라는 슬픈 영화가 있는데, 보고 나서 많이 공감했던 기억도 납니다. 

 

부모님께 재정지원을 받으면서 외국에 나와 공부하던 심정도 매우 힘들었지요. 사실 중간에 돈이 끊겨서 돌아가거나 힘들어하던 분들에 비해서는 편한 처지지만, 내가 왜 여기 나와서 부모님 피빨아먹고(?) 노후자금 갉아 먹으면서, 많은 사람을 고생시키나 하던 죄책감이 항상 어깨를 눌렀던거 같습니다. 유명한 카프카의 소설 변신에서, 주인공이 갑자기 벌레로 변해버린 이야기처럼, 스스로가 '식충'처럼 느껴져 괴로웠었죠. 예전에 간증하신 한 유학생 분은 그런 자괴감에 실제로, 삭발을 하고 씨리얼만 먹었다고 했는데, 그 심정이 공감이 가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가족과 친구들의 응원, 당시 여친이었던 아내의 사랑과, 2년간 섬겼던 워싱턴나들목교회 분들의 사랑과 돌봄이 있어서 그런 시간을 버텨낼 수 있었던거 같네요. 지금 힘들다 생각하시는 분들은, 세상이 우리를 몰라주고, nobody 취급을 해도, 우리를 사랑하는 부모님과 가족, 친구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꿈을 가지고 살아보겠다고 몸부림치는 모든 이를 사랑하시고 힘주시는 하나님이 계시다는 것을 기억하고 힘 내시기를 기도해 봅니다. 

 

읽은 지 오래되어 가물가물 하지만, 예전에 유행했던 소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보면, 모험을 떠나는 주인공이 '멜기세덱'이라는 신비한 인물을 만나 용기와 격려를 얻는 장면이 나오고, 주인공이 떠난 후, 뒷모습을 바라보며 멜기세덱이 예전에도 자신이 '아브라함'이라는 젊은이에게 용기를 준 적이 있다고 회상하는 장면이 나오죠. 멜기세덱은 창세기 14장에 나오는 인물인데, 예수님을 상징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역경을 만나 좌절하고 헛되이 쓰러지는 것을 원하지 않으시고, 도전하고 극복하고 성장하여, 우리의 꿈과 인간됨과 존엄성을 찾아나가고, 또 다른 이들의 손을 잡아주고 세상의 모순과 악과 싸워 변화시켜 나가기를 원하신다고 믿습니다. 

 

<예레미야 29:11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을 내가 아나니, 평안이요 재앙이 아니니라. 너희에게 미래와 희망을 주는 것이니라>

 

내일은 구정을 맞아, 홍콩출신이신 저희 학교 경영대 원장님 주최로 아시안 교수, 학생들, 그리고 제가 방문했던 고등학교의 아시아 학생들이 다 모여서, 음식도 먹고 행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아내는 잡채랑 불고기 등 한국 음식을 해가기로 했고, 저희는 오랜만에 결혼식때 입었던 한복도 입고 가려고 합니다. 학생들이 격려도 받고 타국에 있는 사람들끼리 위로도 하는 좋은 자리가 되면 좋겠네요. 

 

주절 주절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하고 타국에서 설 명절을 보내는 모든 분들과 마음으로 함께 하고 싶군요. 모두들 새해에 복도 많이 받으시고 다른 사람들에게 축복이 되는 살 수 있기를, 더 많이 사랑받고 또 많이 사랑하는 우리의 삶이 되기를 기도해 봅니다. 

 

P.S. 마지막으로 제가 힘들고 외로울 때 수없이 들었던 노래 한 곡을 공유합니다. 

 

Dream of My Life - 신승훈

 

 

 

 

얼마나 써버린 것일까 모자란 지금을 위해서.

손틈새로 스쳐지나는 바람 같은 시간들.

오랜 열병처럼 앓게하던 사랑과,

무릎 휘청이게 하던 세상과.

그 안에 춥게 서 있던 나는 어디까지 온 걸까.

 

내가 믿는 것들과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

더 큰 바램 같은 것 없이 함께 할 수 있다면.

손 내밀면 점점 멀어지는 내일과,

늘 조금씩 아쉬웠던 어제와,

막연한 오늘의 나는 지금 어디쯤에 있을까.

삶이란 바다 위에~

 

저만치 나를 기다리는 무지개와 같은 꿈을 찾아서,

난 믿을게 지치지 않고 나갈께 사랑하는 사람들과.

무엇하나 아직은 내 것이라 말할 수 없고,

끝을 알 수 없는 시간은 저 먼 바다처럼 펼쳐져,

어떤 날은 두려울 만큼 잔잔하고,

어떤 날은 사납게 출렁이지.

삶이란 그런 날들과 온몸으로 부딪치는 것.

고단한 이야기~

 

-후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아무 일 없이 행복하길.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소중함을 깨닫게 되길.

어리석지 않는 두 눈을 갖게 되고,

항상 따뜻한 두 손을 가지길.

옳음과 그름 앞에서 흔들림 없는 내가 되길.

삶이란 바다 위에~

 

어느 날 문득 지도에도 없는,

나만의 섬 하나를 찾게되는,

평생을 나와 함께 한 하나 뿐인,

내 사람을 만나게 될 수 있기를.

만나게 되기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아무 일 없이 행복하길.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소중함을 깨닫게 되길.

어리석지 않는 두 눈을 갖게 되고,

항상 따뜻한 두 손을 가지길.

옳음과 그름 앞에서 흔들림 없는 내가 되길.

삶이란 바다 위에.

 

I believe in my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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