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엽

<연애에 대한 단상8 : 달콤, 살벌한 연인>

 

2006.10.27 이인엽

 

 

 

1. 줄거리
 
연애엔 숙맥인 대학강사 황대우(박용우)는 아래층에 이사 온 이미나(최강희)를 만나 
생전 처음 해보는 연애의 달콤함에 정신 없이 빠져든다.
한편, 이상한 일들이 몇 가지 벌어지면서 그녀의 실체가 드러나는데, 
알고 보니 그녀는 이혼녀에 토막살인까지 저지르는 살인범이었다.
남자는 고민에 빠지고 결국 그녀를 포기하기로 마음먹는다.
세월은 흘러, 우연히 싱가포르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 두 사람. 아쉬움이 스쳐가지만 각자의 길을 가게 된다.
 
 
2. 달콤함 속의 살벌함: 연애의 제 2단계
 
‘달콤, 살벌한 연인’은 아주 심각한 영화는 아니지만,
연애에 있어서 중요한 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
 
연애의 허니문 기간, 말 그대로 눈에 콩깍지가 씌운 달콤한 순간은 
참 행복하지만 분명히 지나가게 되며,
서로의 진면목을 알아나가는 새로운 단계가 오기 마련이다.
 
누구나 비밀은 있는 법, 
달콤한 그녀/그남 안에 숨겨진 살벌한 모습을 조금씩 보게 되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그것이 좀 과장되어 미나가 살인범이라는 설정이었다.
 
이렇게 극단적인 것이 아니라도 
누구에게나 감당하기 힘든, 감추고 싶은 면이 있기 마련인데,
그 사람을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잊고 싶은 기억이나 상처, 
고치기 힘든 습관이나 성격일 수도 있다.
 
나는 서로의 실체를 직면하게 되는 것을 '연애의 제2단계'라고 정의하겠다. 
이 영화는 연애의 제2단계에 대한, 아주 훌륭한 은유라 할 수 있다.
 
사랑을 나누던 중 미나는 "내 모든 과거를 용서할 수 있죠?"라고 묻고, 
대우는, "당연하죠..사람만 안 죽였으면 되요"라고 대답하여, 
불안한 암시를 남긴다.
 
<연애에 대한 단상7: 두려움 없는 사랑>에서도 설명했듯이,
이 각박한 세상에서, 나만을 독점적으로 그리고 무조건적으로 사랑해 줄 것 같은 사람의 등장은,
인생에 있어 가히 혁명적인 사건이라 아니할 수 없다.
 
연애는, ‘배타적이고 무한한 소통’을, ‘완전한 용납과 합일’을 추구하며, 
그렇기에 어떤 비밀도 결국 알게 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 안에는 달콤한 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달콤했던 그녀/그남 속에 숨겨진 괴물을 보게 되었을 때 우리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내가 과연 상대방을 감당할 수 있는가? 살벌한, 괴물 같은 모습 까지도 사랑해 줄 수 있는가?
 
사실 그녀는 미친 살인마나 악마가 아니다. 그녀 나름대로 사정이 있는 것이다. 
세상은 그녀에게 가혹 했으며, 따라서 그녀도 일종의 피해자일 수도 있다.
지금 그녀는 그남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이제 새 출발을 원한다.
그런 면에서 그녀의 상처와 약점까지도 품어 안고 사랑해 볼까 고민도 하게 된다.
 
그러나 살인자라는 그녀의 과거와 현실은 엄연히 존재하며 미래에도 반복 될 수 있다.
그것을 감당하는 것은 대가를 요구한다. 인생을 건 모험이다.
내가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
 
대우는 미나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그렇기에 고민한다. 그는 그녀를 신고할 순 없다.
그러나 결국 그녀와 함께 떠나지는 못한다. 자신이 그녀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한 명만 죽였어도 사식 넣으며 기다려주려고 했는데, 왜 한 명도 아니고 여러 명을 죽여 가지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는 벽을 잡고 통곡한다. 코믹하면서도 슬픈 장면.
사랑하지만, 감당할 자신이 없기에 그는 포기한 것이다.
 
 
3. 한 후배의 이야기
 
예전에 연애에 대해 고민하는 한 후배와 상담을 한 적이 있었다.
나름 서로가 잘 맞는 다고 생각하고 연애를 시작했는데,
차츰, 자신이 감당하기 힘든 부분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게 반복되다 보니 너무 힘들다는 것이었다.
 
나는 충고하기를, 지금 좀 힘들겠지만, 대화하면서 노력하면, 분명히 변해가는 것을 보게 될거고,
그 과정에서 서로가 더 성숙해 갈 거라 말해 주었다.
그렇지만, 냉정하게 판단해서 정말 감당 못하겠다면 지금 물러나는 것이 지혜일 수도 있다고 덧붙었다.
 
나는 속으로는, 후배가 그럼 한번 다시 노력해 보겠다고 말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 후배는 물러나기로 마음을 정했다.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했던 것이다. 
어떤 결정이 더 좋은 것이었을까? 정답은 없다.
문제의 심각성,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이 얼마나 특별하냐갸 판단을 좌우하겠지.
정말 감당할 수 없다면, 일찍 물러나는것이 지혜로운 것이 수도 있다.
 
 
4. 갈등의 순간
 
달콤한 첫사랑의 시기를 넘어, 서로의 문제를 보게 되는 ‘현실 인식기’, 그리고 그것이 심해지면 ‘혐오기’가 올 수도 있다.
이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권태기’와 파국이 올 수도 있고,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여 ‘성숙기’로 접어들 수도 있다.
 
처음엔 수많은 세상 사람 중에 자신과 통하는 한 사람이 생긴 것이 너무 신기해
이런 사람 다신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통점과 장점이 보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사람 안에 있는 다양한 면들, 차이점과 약점들이 더 부각되기 시작한다.
 
이미 다른 세상 사람은 비교기준이 안 된다. 
이미 그 사람은 나에게 너무 중요해 져서,
“세상 속의 그 사람”이 아닌 “그 사람 안의 세상” (한 인간이 얼마나 복잡다단한 존재인가? 그 사람 안에 또 하나의 세상이 존재한다)이 나에게 중요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처음에 그 사람을 선택한 것이 착각이었나?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 사람은 나에게 특별하기에 기대감은 커져 있는데, 
좋은 모습은 초반에 다 파악됐기에,
이제 미처 보지 못한 면들이 점점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또한 초반엔 세상 모든 사람이 비교 기준이었지만, 이제는 초반의 콩깍지 씌운 모습이 지금과 비교 대상이 되면서 실망을 느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콩깍지는 콩깍지일 뿐.
초심으로 돌아가 그녀/그남과 같은 사람을 다시 찾을 수 있을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보라.
그 판단이 연애를 지속할지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필연적으로 연애를 하다 보면, 위기가 찾아오는데,
상대방에게 대한 특별한 확신이 있느냐에 따라 연애의 2단계로 진입할 수 있고,
얼마나 서로간에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 2단계가 성공적일지 결정된다. 
 
 
5. 방황? 퇴행? 직면?
 
연애 초기의 스파크와 그에 의한 동력이 사그러들고 겉치레와 꾸밈이 없는 맨 얼굴, 속마음을 보기 시작하는 단계.
진정한 연애는 그 때부터 시작일 수도 있다.
 
스테디 셀러인 ‘아직도 가야할 길’에서 스코트 펙 박사는,
진정한 사랑은 ‘상대방과 자신의 성장을 위해 자신을 확대시키려는 의지’라고 정의했다.
 
초기의 낭만적 사랑에 빠지는 것은, 노력이나 자신의 확대가 필요한 것이 아닌,
자신의 영역이 붕괴되는 쾌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
그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이제 현실을 직면하고, 서로의 모습을 다듬어 가야 할 때가 오는 것이다.
 
많은 연인들이 연애하면서 무얼 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쉬운 예로 많은 커플들이 다른 커플을 만나면 ‘너희는 만나면 뭐 하고 시간을 보내느냐’라고 묻는다.
 
이 질문은 데이트거리가 별로 없다는 것 일수도 있지만, 연애 과정 중에 꼭 해야 할 과정들을 모른 채,
연애를 그저 ‘소비’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인생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것은 그 어디서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연애 과정 중 드러난 서로의 모습을 어떻게 다뤄가야 하는지도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연애의 2단계로 들어가는 순간, 상대방과 자신의 문제,
그리고 그것이 이루어 내는 괴로운 상황들을 접하면서
여러가지 다른 반응이 나올 수 있다.
 
 
첫번째, 손쉽게 사람을 바꿔치기 하는 것이다.
 
이 사람이 아니었다, 처음에 착각했다라고 쉽게 결론을 내리고
어디엔가 나와 딱 맞는 누군가가 있으리라는 착각에 빠져
이사람 저 사람을 넘나들며 헤매일 수도 있다.
 
물론 앞에서 말했듯 문제를 직면하고 정말 그 사람이 아니라는 신중한 판단을 내려서 그렇게 할 수도 있지만,
단지 문제를 직면하기 싫어서 사람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
 
서로의 성장을 위해 헌신한다는 것,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인격이 성숙해 나가도록 노력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경험해 보지도 못한 채 말이다.
 
그러나 그 누굴 만나도 이러한 직면의 단계, 연애의 제2단계는 찾아온다.
이런 단계를 한번도 뚫고 나간 적 없이, 사람을 바꿔치기 하면서 연애의 스파크만을 좇아서 떠돌아다니는 이들은
평생 인격적 유아기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냉정하게 말해서, 이렇게 쉽게 사람을 바꿔치기 하는 것은,
처음 그 사람과 사귀기로 한 자신의 선택에 대한
무책임한 모습이다. 
 
이런 점에서 나는 연애에 있어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는 것은
연애가 아닌, 친구가 되거나 같은 그룹에서 활동하면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리고 오히려 그것이 바로 연애하는것 보다, 상대를 더 잘 알 수 있는 방법일 수 있다.
 
연애관계가 깨어졌을 때 발생할 문제들을 생각한다면,
단지 그 사람과 잘 맞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연애를 시작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그리고 연애를 시작한 다는 것은 일단 상당부분 그 사람에 대한 이해와 소통을 경험한 것을 전제로 한다.
 
 
두번째는, 연애 초기의 단계에 머무르려고 애쓰는 것이다.
 
상대방과 자신의 문제를 직면하고 풀어가는 과정은 고통스러울 수 있다.
한 인간의 문제는 하루이틀에 생긴것이 아니니까.
그리고 누군가에게 자신을 맞춘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바로 희생과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연애의 제 2단계는, 연애 초기에 핵 융합처럼 서로의 경계가 붕괴되고 에너지가 솟아오르는 것과는 다른 과정이다.
이제 저항하는 자아를 설득해 스스로 경계를 수정하며, 자신의 삶과 성향을 조정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순간은 괴로울 것이다. 그래서 연애 초기의 달콤함만을 누리고 싶을 수도 있다.
 
서로에 대해 좋은 점만을 보고 그저 행복하기만 했던 순간. 그래서 그런 순간만 지속되기를 바라고, 문제들을 회피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의 현실이 어려울수록 이런 가능성은 커진다. 
삶이 힘든데, 연애 할때 만은 좋은 시간만 갖고 싶다는 것.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이것은 일종의 정신적인 '퇴행'이다.
(어린 애가 동생이 생기면, 빼앗긴 부모의 사랑을 회복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다시 유아적 행동 - 이불에 오줌을 싸거나 - 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행동이 퇴행이다. )
 
심해지면, 연애가 인생의 도피처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
현실의 외로움과 좌절, 무료함에 있어,
남자는 포르노를 여자는 순정만화와 드라마를 찾는다.
 
전자에서는 완벽한 육체를 가진 여성이 아무 대가 없이 쾌락을 제공한다.
후자에서는 완벽한 조건을 가진 남성이 완벽한 로맨스로 여성을 '구원'한다.
 
위의 공통점은, 서로를 알아가고 문제를 직면하여 성숙해 가는 인격적 수고가 없다는 것이다.
서로의 내면을 직면할 필요가 없이 어떤 만족과 구원을 줄 수 있다고 거짓말 한다는 것이다.
 
연애도 위의 예들과 마찬가지로 ‘소비’될 수 있다.
 
물론 연애는 인생의 기쁨이지만, 동시에 현실이며 삶으로 이어지는 과정이다.
 
연애는 인생의 도피처라 아니라 바로 인생 그 자체인 것이다.
 
직면의 순간이 없이도 잘 살수 있다면 좋겠지만,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 가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이들은
분명, 나중에 대가를 치르게 될 때가 온다.
적어도 상대방과 결혼할 마음이 있다면 말이다. 
 
상당수의 커플이 결혼한 후 속았다라고 불평한다. 
그리고 서로에게 실망을 느끼는 가운데 소중한 결혼 생활을 권태기로 보낸다.
 
이는 바로 연애 기간중에 이런 2단계를 아예 경험해 보지 못했거나 아니면 회피하다가 결혼했기 때문이다.
당장 손쉬운 길을 선택하는 것은 참 강력한 유혹이다.
 
상대방만이 당신을 속인 것이 아니다. 
당신도 상대를 속였고, 당신이 당신 자신도 속인 것이다.
 
 
6. 직면: 다루어져야 할 부분들 
 
연애 과정 중에서는 적어도 두 가지 부분이 다루어 져야 하는 것 같다.
 
첫번째는 서로가 의사 소통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적응하는 것이다.
 
많은 경우 연애에서 힘들어 지는 것은 서로의 사인을 오해하면서 온다.
 
사람의 마음과 의사표현은 워낙 복잡다단하여 오해하기가 쉬우며, 자기가 이해한대로 행동하면, 상대방은 또 다른 문제를 경험한다.
이것이 몇 번 반복 되다 보면 패턴이 생기는데, 그제서야, 무릎을 치면서, 아, 상대가 원했던 건 이것이었구나 조금씩 깨닫게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대화이다. 서로가 진짜로 무엇을 원했는지 이해하고, 어느 부분을 오해했는지 이야기 하다 보면,
정말 남자와 여자가, 사람과 사람이 얼마나 다르고 독특한지 놀라게 될 것이다.
 
이는 일종의 학습과정인데, 이런 과정을 잘 겪어내면, 서로간에 불편함을 주는 행동을 자제하게 되고,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잘 읽어서, 다툼이 적어지게 된다.
 
 
두번째는, 좀더 긴 과정으로 서로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직면해 나가는 것이다.
 
한 사람을 오래 보다 보면, 그 사람이 지속적으로 나타내는 왜곡된 행동들과, 더 깊이 들어가서 그 동기가 무엇인지 보이게 된다.
이는 타고난 기질에 가정환경과 인생의 경험이 만나 오랜 시간 빚어진 부분이기에 하루아침에 바뀔 수 없다.
 
그러나 누군가 함께 그 문제를 다루어 주고 용납과 동시에 용기를 준다면, 상처는 치유될 수 있고 약점도 고쳐질 수 있다.
 
이 세상에서 그렇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연인인 당신뿐이다.
 
앞에서 말했듯 스코트 펙 박사는, 사랑의 정의를 상대방의 인격적 성장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참 깊게 다가오는 표현이다.
이 과정은 결혼 후에도 계속해서 지속되어야 할 부분이지만, 연애기간부터 상당부분 시작되어야 한다.
 
<연애에 대한 단상6 : 아주 오래된 연인들>에서도 설명했듯이 이는 아주 고통스러운 작업일 수도 있다. 결국 사람을 힘들게 하는 문제는 여러가지가 아니라 반복되는 몇가지 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사랑이란 이런 부분을 참아주되, 포기하지 않고 함께 다뤄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한편 이는 결혼생활, 그리고 자녀를 생각할때도 정말 중요한 문제다.
 
자녀는 부모를 닮게 되는데, 특히 자녀가 출생 할 당시의 모습을 닮는 다는 말이 있다.
과학적으로 유전자나 어떤 영향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략 결혼해서 아이를 낳기 전까지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았느냐가 자식에게 유전되는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보았다. 선천적인 유전자라는 것이 있지만, 동시에 한 사람의 인생이 유전자에 담기지 않나 하는 것.
 
유전자가 아니라도 가족이 되면 함께 살기에 자연히 자식은 닮을 수 밖에 없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현재 나의 단점들을 결혼하기 전까지 가능한 많이 고쳐나가고 싶다.
자녀뿐 아니라 배우자에게도 고통을 줄 수 있기에.
 
 
나는 인종의 개량은 잘 모르겠지만, 인격의 개량은 믿는다.
두 사람이 혼자 살면서 어떤 인생을 살았는가, 
그리고 얼마나 자신과 환경에 맞서 치열했는가,
그리고 두사람이 만나 얼마나 서로의 관계에 진실하고 치열했는가가,
'다음 세대의 인격'을 결정한다고 믿는다.
써 놓고 보니 참 의미심장한 말이다.
 
 
어쨌든,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많은 문제를 다루기 시작한 상태에서 결혼한 커플이 있겠고, 
반면에 콩깍지에 씌워 연애를 소비만 하다가, 
결혼하고부터 서로의 문제를 직면하는 커플이 있는 것이다.
 
연애기간에 얼마나 이런 부분들을 많이 다루어 나갔느냐가 
행복한 결혼생활에 영향이 크리라고 본다.
 
 
내 있는 모습을 그대로 용납해 주고 내 존재 자체를 사랑해주는 사람,
그러나 동시에 서로의 모습이 치유되고 성숙하도록 함께 지적해주고 용기를 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을 두고 바로 소울 메이트(Soul mate, 영혼의 동반자)라는 말을 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사랑은, 
로맨틱한 허니문의 기억을 추억하며 그럭저럭 버텨가는 것이 아니라, 
로맨틱한 사랑으로 발동이 걸려서, 그것이 지속적인 노력과 함께함으로 더 깊어져가고 만들어져 가는 것이리라. 
결혼은 사랑의 완성이 아니라 시작인 것이다.
 
이렇게 보면, 동화에서 나오는, 사랑하는 두 사람이 만나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다라는 손쉬운 결말은 
얼마나 잘못된 환상과 고정관념을 심어주고 있는가?

 

7. 마치며
 
코믹한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의 마지막 장면은 참 슬프다.
 
서로 사랑하지만, 감당할 수 없기에 각자의 길을 가는 두 사람. 충분히 이해 되면서도 아쉬움이 흐른다.
 
그러나 만약,
상대방의 상처와 약점을 알면서도, 서로의 삶에 뛰어든다면...
오직 그 사람을 향한 특별한 마음으로,
참아주고 용기를 주며
함께 치유와 성숙의 길을 걸어갈 수 있다면?
 
그 두 사람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답고 멋질까!
 
연애 초기의 로맨스가 화려한 폭죽이라면,
이러한 사랑은 오래도록 타며 우리의 마음을 녹이는 모닥불이라 하겠다.
 
 
그런 사랑이야 말로,
인생을 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요,
 
일생에 단 한 명 밖에 불가능한,
 
최고의 헌신을 요구하되,
최고의 행복을 선사하는 것이리라!
 
 
섣불리 상대방을 안다고, 사랑한다고 말하지 말라.
 
그러나 사랑한다면,
그 누구에게도 줄 수 없는 최고의 헌신과 사랑으로
서로의 인생을 만들어 가라.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인생에서
그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은 없으리라!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
 
겨울도 지나고 비도 그쳤고,
지면에는 꽃이 피고, 새의 노래할 때가 이르렀는데
반구의 소리가 우리 땅에 들리는구나
 
무화과나무에는 푸른 열매가 익었고
포도나무는 꽃이 피어 향기를 토하는구나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
 
바위 틈 낭떠러지 은밀한 곳에 있는 나의 비둘기야,
나로 네 얼굴을 보게 하라.
네 소리를 듣게 하라.
네 소리는 부드럽고 네 얼굴은 아름답구나.
 
우리를 위하여 여우, 곧 포도원을 허는 작은 여우를 잡으라.
우리의 포도원에 꽃이 피었음이니라.
 
나의 사랑하는 자는 내게 속하였고 나는 그에게 속하였구나.”
 
<아가서 2장 10-16절>
 
“사랑하는 자여
네 영혼이 잘 됨 같이
네가 범사에 잘 되고 강건하기를
내가 간구하노라”
 
 
<요한3서 2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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