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엽

 

연애에 대한 단상10: 사랑게임 2

 

2007.02.26 이인엽 

 

 

 

 

 

연애에 대해 얘기를 하다 보면,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고,

자기에게 무관심한 사람에게 관심이 간다고 말하는 이들이 꽤 있다.

 

자기에게 관심을 먼저 보이는 사람은

왠지 쉬워 보이며 매력이 없게 느껴진다는 것.

그리고 자신에게 관심을 안 보이고 도도한 사람이

뭔가 있어 보인다는 것.

 

더 신기한 것은,

자신이 관심을 갖던 사람도, 막상 자기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 매력이 없어 진다는 황당한 얘기다.

 

사람마다 취향은 제각각 이지만,

이런 패턴이 지속되면 제대로 연애를 할 가능성은 상당히 적어진다.

생각해 보시라. 
자기에게 관심 갖는 사람은 싫고, 
자기에게 관심 안 갖는 사람에게 관심이 가면

제대로 연결 될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나?

 

개인적으로도 이런 심리상태를 가졌던 경험이 있고

주변에서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한번 원인에 대해 생각을 해 보았다.

 

예전에 연애에 대한 단상2번 글에 썼던 ‘사랑게임’에 이어

오늘은 다시 한번 이 주제를 한번 다뤄볼까 한다.

내 맘대로, 이런 현상을 ‘사랑게임 증후군’이라고 한번 이름 붙여보겠다.

이 현상의 심리적 원인은 무엇일까?

 

1. 첫번째, 아주 간단하게 성취욕이다.

 

이 현상은 주로 남자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데,

사랑 자체를 하나의 성취로 보고,

뭔가 자기에게 도도한 사람의 마음을, 자신의 노력으로 얻어보고자 하는 것이다.

 

노력과 수고가 들어가기에, 그만큼 보람도 있을 거고,

그만큼 그 사람은 나에게 관심을 보이는 이보다

더 대단하고 가치있는 사람일거라는 무의식의 판단.

이 경우 사랑은 게임이 되며, 연애는 자기 만족을 위한 성취목표가 된다.

 

2. 두번째는 비교의식이다.

 

우월감과 열등감은 동전의 양면이라고 했다.

기본적으로 비교의식에 사로잡힌 사람은,

자신보다 있어 보이는 사람을 만나면 열등감을,

자신보다 없어 보이는 사람을 만나면 우월감을 느낀다.

비교의식에 빠져있는 사람은,

어디를 가나 서열과 우위를 매기고,

가능한 한 위로 올라서려고 애를 쓴다.

 

들여다보면 사실 이런 판단 기준은

상당히 자의적이며 우습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런 행태에 집착하는 것은, 비교를 통해 자기 존재가치를 찾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기 보다 낮게 보이는 사람은 쉽게 대하고,

있어 보이는 사람에겐 호의를 베푼다.

상태가 더 심각해져서

이런 태도가 삶에 완전히 정착된 이들을, 우리는 ‘속물’이라고 부른다.

 

사랑게임 증후군은, 이런 비교의식이 연애에 있어서까지

적용되는 현상이 아닌가 싶다.

연애란 그 사람과 같은 위치에 서는 것이다.

나보다 뭔가 없어 보이는 사람이 나를 좋다 했을 때,

내가 그걸 부인하지 않으면,

내 레벨과 격이 떨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상하는 것.

그리고 나보다 있어 보이는 사람에겐 선망의 시선이 가면서

무의식 중에 그 사람을 바라보면,

나도 업그레이드 될 것 같은 기대감이 드는 것이다.

 

그런데 대단해 보이던 사람이

나에게 관심을 가지면 왜 매력이 떨어질까?

먼저는 앞에서 말했듯 성취의 동기가 없어지기 때문이기도 하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자아상'의 문제가 연관되는 것 같다.

 

3. 세번째, 사랑게임 증후군에 있어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바로 이 자아상의 문제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아주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이기적이 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중심적이며 이기적이지만,

스스로를 진심으로 사랑하느냐는 문제를 깊이 생각하면

그렇다고 답하기 어려울 것 같다.

 

자신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도

사실 맘속에선 ‘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하찮고 수치스럽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오히려, 자신이 인정할 수 없는 스스로의 모습을 벗어나고 극복하기 위해

그렇게 애를 쓰는 것일 수 있겠다.

 

기본적으로 자기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냥 되는 것이 아니라, 깊은 용납이나, 인격적 성숙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사랑도 일종의 에너지라고 본다면, 그것은 무에서 생겨나지 않는 것.

자기 모습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경험 을 해 보거나

(예를 들어 아주 건강하고 따듯한 가정에서 자랐다거나)

인생에서 사랑과 상처를 많이 경험하고 성숙하지 않으면

자기 자신에 대해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소중히 여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두번째로 말한 비교의식과도 연관이 되는데,

비교의식이란 바로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주변사람과의 끊임없는 비교를 통해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찾아보려고 하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자기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비교의식에 집착하지 않는다.

사람은 각자 다 존재 가치와 개성이 있다고 믿는다.

유치한 기준으로 서열을 매기거나 속물스런 행동을 하지 않는 다는 것.

 

다시 돌아가서 이를 사랑게임 증후군과 연관시켜 보자.

자아상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가?

 

사람들은 때로 자신이 원하지 않는 누군가에게서 자신이 좋다는 말을 들으면

화가 나거나 불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첫번째는 앞에서 말한 비교의식 때문이요,

두번째로 자아상의 문제를 연관 지으면, 이런 것이다:

‘나도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데 대체 네가 날 뭘 안다고 사랑한다는 말인가?’

더 심하게 말하면 무의식 중에 이런 심리도 있다.

‘나도 사랑할 수 없는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걸 보니

분명 격이 떨어지고 별볼일 없는 사람인게 분명해.’

 

결국,

사랑게임 증후군이 나타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비교의식에 있으며,

문제는 내 스스로에 대한 자의식에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런 경우 자신이 스스로 매력이 없다는 아주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다.

자기 자신에 대해 자신감이 없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는 말을 아무리 해줘도 받아들이지 못한다.

심지어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하찮게 느껴지고

좋아하던 사람도 그 사람이 막상 자기에게 관심을 보이면,

매력이 떨어지고 신비감이 떨어지고 관심이 사라진다.

 

근본적인 문제는 자아상에 있다.

어떻게 보면, 사랑 게임은

스스로 용납하지 못하는 자아상의 문제를,

이상적인 타자를 지향함으로서 극복해 보려는 무의식의 시도가 아닌가 싶다.

 

내 생각에

인격의 성숙이란,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

그리고 세상 모든 이들을 그 모습 그대로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배우는 과정인 것 같다.

 

이 과정에는, 사랑과 용납을 받는 경험도 중요하고,

동시에 사랑의 아픔을 겪어보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전자만 겪으면 오만해 질 수도 있고, 후자만 겪으면 위축될 수 있다.

사랑 받는 마음, 그리고 사랑 받지 못하는 마음 이 모두를 경험하고 나면,

사람을 대하는 것이 달라지는 것 같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면,

내 스스로가 달라졌다고 느낀 하나의 시점은,

나에게 관심을 보이는 이성을 어떻게 대하느냐였던 것 같다.

어렸을 때는 그런 경우 냉정하게 대하거나, 미숙하게 행동해서

상대방에게 상처를 줬던 기억이 있다.

앞에서 얘기 했듯이,

돌아보면, 내 스스로에 대해 사랑하지 못했고,

비교의식이 강했으며,

거절의 아픔이 무엇인지 몰랐기 때문에 그랬던 것이다. 

 

나름대로 이런 저런 아픔들을 경험한 후,

언젠가 어렵게 속을 얘기했던 한 사람에게

내가 생각해도 상처주지 않으면서 잘 대처한 적이 있었고,

나중에 진심으로 고마웠다는 말을 들었었다.

그때 나도 약간 철이 들었구나 혼자 생각을 했었다.

 

자연스럽게, 성공적인 연애를 위한 제언(?)으로 넘어가 보면,

 

4. 연애, 그리고 자연스러움

 

서로 비교의식을 느끼지 않는 상대를 만났을 때

제대로 된 연애를 할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이 든다.

 

그 사람이 나에게 사랑과 관심을 표현해도

상대가 우습거나 낮게 보이지 않고,

동시에 내가 상대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것에도

거절감, 혹은 바보 될 두려움을 느끼지 않게 해주는 사람.

이런 사람이야 말로 나에게 맞는 짝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연애 초기에는 긴장감이 존재한다.

조심하면서 상대의 반응을 보는 탐색기.

그러나 한쪽이 먼저 상대를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주고 호의를 보이면,

그리고 그런 신호가 몇 번 오고 가면,

관계는 급 물살을 타게 된다.

누구나 그런 용납과 소통을 열망하니까.

 

연인의 사랑이란 한마디로 말해,

서로의 존재 자체를 기뻐하고,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받아주는,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관계가 아닌가?

 

반면, 만남이 계속되면서도 긴장만 있고 편안함이 생기지 않는다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서로 사인도 안 맞고, 감정이 일방적이거나.

상대의 진심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어, 상대의 반응에 전전긍긍하거나 비교의식에 시달린다면,

혼란을 느끼다 엉뚱한 시점에 고백을 하거나

거리조절을 잘못해서 관계가 어색해 지기가 쉽다.

이유는 여러 가지. 정말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럴 수도 있고

사랑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 일 수도 있다.

내 짝이 아니기 때문일 가능성이 제일 크다.

 

사랑게임의 고수는 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소위 어딜 가든지 티가 나는 퀸카, 킹카들 중에,

의외로 인간관계나 연애에 숙맥인 경우도 가끔 있지만,

대부분은 자신이 일종의 성취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을뿐더러

그런 상황을 어떻게 100% 이용하는지 잘 알고 있다.

쉽게 말에 인간관계에서 ‘조작’에 능한 사람들일 수 있는 것이다.

연애의 긴장감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반응을 이끌어 낼 줄 아는 그들은,

사랑게임을 즐긴다.

혹시라도 당신이 경쟁자를 뚫고 게임에 승리해

‘최후의 승자 (Victory man^^)’가 된다고 치자.

그남/그녀는 당신의 배우자가 되어 평생 당신에게서 무언가 얻어내고,

자신이 바라는 대로 움직이도록 당신을 조작할 지 모른다.

아주 피곤한 인생이 될 수 있다는 것.

이 경우, 연애에서의 퀸카, 킹카가 결혼생활에서는 ‘폭탄’일 수도 있고,

당신은 평생 공주님이나 왕자님을 모시는

시종이나 시녀(?)의 인생을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다시 돌아가서,

제대로 된 사람을 만났을 때는

관계가 자연스럽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상대방이 나를 편하게 해주는 사람이란 것. 정말 중요한 조건인 것 같다.

나에게서 무얼 얻어내거나,

나를 통해 자신의 대리만족을 꿈꾸는 사람이 아닌,

나를 그대로 용납해 줄 수 있는 사람.

연인 뿐 아니라, 친구가 될 수 있는 그런 관계면 참 좋다.

연애기간 뿐만 아니라, 인생을 함께 하고 싶어 지는, 그런 사람 말이다.

 

그리고

앞에서 얘기했듯이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주고,

또한 그런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연애를 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비교의식을 통해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는 법을 배워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자신의 자존심보다

상대의 아픔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사랑게임은 연애 초기에 족하며 

그리 오래할게 못된다. 

그리고 대부분 '삽질'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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