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엽

연애에 대한 단상2: 사랑 게임

 

2003.6.17. 이인엽 

 

 

 

 

 

 

 

 

분명히 해두지만, 난 사랑 게임이라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찌보면 이것은 참으로 피곤한 일이다. 
그러나 경험해 본 바로, 
연애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이걸 잘 알아둘 필요가 있다.

연애를 시작할때 두 사람의 관계는, 시소 양쪽에 타고 있는 것과 같다. 
서로 눈치를 본다. 
그러다가 남자가 용기를 내어(못 참고), 여자 쪽으로 한 걸음 다가간다. 
순간 평형은 깨지면서, 시소는 여자쪽으로 기울고, 남자는 흔들리게 된다. 
여자가 발맞춰 한걸음 앞으로 다가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남자가 다시 뒤로 가거나, 
아니면 균형을 잃고 시소에서 떨어지게 된다. 

사랑 게임은 이것이다. 

시소에서 앞으로 나가는 것처럼, 
먼저 사랑을 고백하거나, 더 사랑하는 것을 들켜버리면,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되는것이다. 
자신의 무게가 상대방보다 더 가벼워진다. 
상대방의 페이스에 말리게 된다고 할까? ^^

상대방이 '나도 좋아~' 하고 나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모호하게 대답을 하거나, 뒤로 물러서면, 바보가 될수도 있고, 
상대방의 반응에 종속되어 전전긍긍하게 될 수도 있다. 


사람은 이상하다. 
자기를 좋다는 사람은 별로라고 느끼고, 
자기에게 관심을 덜 보이는 사람에게 매력을 느낀다. 
이상한게 아니라 이기적인 건가?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한테 자기 마음을 주기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 그러나 아직 자기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그 사람의 마음을 노력해서 얻으려고 한다. 
일종의 성취욕이라고 할까? 


시소와 비슷한 비유로, 줄다리기도 있다. 
한쪽이 더 당기면, 힘의 균형은 깨어지고, 
다른 쪽이 같이 당기면서 서로 한걸음씩 나오면 참 좋겠지만, 
처음 사람이 너무 무리해서 당기면, 
상대방이 부담을 느끼고 줄을 놓아 버리는 수도 있고, 
그럼 혼자 뒤로 넘어지게 될 것이다. opps....


사랑에 대한 반응이 빠른 사람이 있고 느린 사람이 있다. 
사랑에 몰입하면 푹 빠지는 사람이 있고, 
천천히 젖어 가면서 상대를 알아가는 사람이 있다. 
주로 남자들이 전자이고, 여자들이 후자인데 물론 예외도 많다. 

상대방이 비슷한 수준으로 마음이 열릴때까지 때로는 기다리고, 
배려하면서 줄다리기를 해나가는것, 
그러면서 조금씩 앞으로 가는 것 . . . .

이것은 상대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뻗치는 사람에게는 
참으로 고문같은 일이다. 

남자는 지나치게 빨리 달아 올랐다가, 
상대방의 반응 없음에, 빨리 실망하고, 식어버린다. 
여자는 지나치게 오래걸리고 신중하다. 
여자의 마음이 열렸을때, 남자의 마음은 이미 싸늘해져 있을 수 있다. 
타이밍이 맞기가 참 어려운 것이다. 


소설 '어린왕자'에서 꽃과 어린왕자가 이별하는 장면을 보면, 
둘다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다라는 생각이 든다. 

서로 좋아하면서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누구 말마따나 사랑도 배워야 할 기술이다. 
하지만 그것을 배우는데 치러야 할 대가(상처와 눈물)는 너무나 크다. 


사랑게임에 가장 능숙한 사람들은
안타깝게도 카사노바 같은 playboy들이다.

여자의 마음을 다룰줄 아는 그들은
집착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의 마음을 뺏을 수 있다.
왜냐하면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한창 마음을 달궈 놓고,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
상대방은 전전긍긍하다가 사랑의 노예가 되어 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때로 많은 여자들이,
다가오는 남자들 중, 
자기를 '제일 덜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연애에서 성공하는 법, 
연애에 있어 가장 바람직한 태도는 이 한문장으로 요약된다. 

: 확신을 주되 집착하지 않는 것 

그러나 이것이 쉬운가? 
이를 위해서는 정말 고도의 자기 통제력이 요구된다. 
아니면 깊은 인격적 성숙이 필요하다. 

이것은 몇번의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고 
다짐에 다짐을 하면서 겨우 체득할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어린왕자의 여우가 말했던 '길들인다'라는 것도, 
이러한 고통과 기다림이 동반되는 것일지 모르겠다. 
아니, 정말 그런것 같다. 


결국, 
연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랑하는 법을 훈련하거나, 

아니면 사랑게임 따위는 관심없는 상대를 만나면 된다. 

아니면 사랑게임 없이도 
서로에 대해 확신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나거나. 

그런 사람을 만났을 때 우리는 '운명'이라는 말을 쓰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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