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엽

신세계(2012): 탄탄한 시나리오와 캐릭터범죄영화 오마주의 종합선물세트

  

2013년 3월 이인엽 



 



 


 

남자들은 범죄영화에 대한 관심이 많은것 같다. 아마도직접 경험해 보기 힘든액션과 갈등이 활개치는 거친’ 삶을 간접 경험(?) 할 수 있다는 것의리와 복수 같은 남자의 로망을 자극하는 요소와배신과 잔혹함이 난무하는 현실의 비정함을 보여준다는 점그리고 스릴과 긴장감두뇌싸움과 반전을 즐길 수 있다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신세계는 부당거래’ 등의 각본을 써서 유명한 박훈정 감독이, ‘혈투의 실패를 딛고 작심하고 만든 영화라내용도 탄탄하고한국형 느와르라는 장르영화로서의 기대도 잘 충족시켜 준 것 같다개인적으로는 비슷한 소재를 다룬 영화들대부 I, II, II ’, ‘무간도 I, II, III’, ‘흑사회 I, II’, ‘도니 브래스코’, ‘디파티드’ 등과 비교해 보고 비슷한 점들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었다박훈정 감독에 따르면, 3부작에 해당하는 스토리가 있고이번 신세계는 그중 두번째 이야기라고 하는데신세계가 흥행 돌풍을 일으킨 만큼신세계의 스토리가 나오게 된 배경과 인물들의 원한과거사 등을 다루게 될 프리퀄과 아마도 강과장에 대한 복수와 이자성과 경찰과의 혈투를 다루게 될 후편도 기대해 보게 된다영화의 중심이 되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스토리와 생각들을 정리해 보고다른 범죄영화들과 신세계의 유사점과 차이점도 생각해 볼까 한다스포일러가 많으니 영화를 보실분은 주의하시라.

 

 

1. 강과장 (최민식)

 

 

 

강과장은 골드문에 대한 전체 작전의 설계자이며이자성(이정재)을 골드문에 심어놓고 조종하는 인물이다골드문을 해체시켜봤자 또 다른 세력들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을 잘 아는 그는주도면밀하게 작전을 진행하는데, '이이제이 전략'을 써서 정청과 이중구 세력간에 싸움을 붙이고마지막에는 이자성과조직에서 밀려났던 2인자 장이사를 통해 골드문을 접수하려고 한다신세계의 특징인 모호한 선악의 구분은 이자성을 중심으로한 두가지 관계에서 잘 드러나는데범죄조직원이지만 의리가 있는 '정청'과의 관계경찰이지만 피도눈물도 없이 자신의 수하를 희생시키는 '강과장'과의 관계가 그것이다특히 강과장은 목적을 위해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잠입한 경찰을 희생시키고약점을 이용해 협박하고 조작해 가면서 까지골드문에 대한 극도의 집착을 보인다.

 

정청과의 관계와 대비했을대자성과 강과장은 어떤 인간적 유대가 없으며자성은 강과장이 자신을 언제는 이용하고 버릴 수 있다는 사실에 불안을 느낀다. 강과장 역시 자성을 믿지 못하기에, 경찰의 신분을 노출시킬 수 있다고 협박하며 그를 조작하려고 든다심지어자성의 아내마저 강과장이 심어 놓고 협박하고 있고자성 외에도 골드문에 다른 첩자들을 심어 놓았으며과거 경찰학교에서 자신이 훈련시킨 여형사 신우(송지효)를 통해 자성에게 지령을 내리면서도, 중요한 정보나 큰 그림은 절대 자성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강과장이 비극적 결말을 맞는 가장 큰 요인은자성과 그의 아내를 너무 몰아부쳤다는 것이다자성에게 정보를 주지 않은채 계속 이용만 하고나중에는 정청을 제거하고 조직을 접수하라는 무리한 요구를 해자성의 갈등이 폭발하게 된다. 동시에 강과장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는데자성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카드인자성의 경찰 신분을해킹 사건 이후에 스스로 삭제해 버린 것이다결국 자성의 신분을 아는 이가 세명 밖에 없는 상황에서 증거물 까지 없어지자자성은 자신을 생각해준 정청의 마지막 말대로자기를 이용만 하는 강과장을 배신하고경찰이 아닌 조직의 리더로 살기로 결정을 내린다.

 

 

 

 

흥미로운 것은강과장은 영화에서 개인적인 배경이 가장 드러나지 않는 인물이라는 것이다강과장으로만 불리는 그는왜 골드문에 그렇게 집착을 하고또한 자기 부하들을 희생시켜서까지 골드문과 싸우려고 하는 것일까또한 왜 그는 아무도 믿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이자성을 지나치게 이용하고 몰아부치다가결국 자기가 당하게 되는 것일까몇가지 단서를 생각해 보면대략 추측되는 부분들이 있다.

 

먼저 강과장은 자성과의 대화에서 과거 너처럼 첩자로 들어갔다가 배신한 사람이 있다는 말을 한다결국 그런 배신의 경험으로 인해 자성을 믿지 못하고계속해서 위협과 협박으로 일관하기에자성과의 사이에서 인간적인 유대관계가 없이 나중에 배신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과거 배신을 당한 경험으로 사람을 믿지 못하고그렇기 때문에 인간관계를 제대로 맺지 못하고 계속 의심하다가 결국 또 관계가 파괴되는 일은 현실에서도 비일 비재 하다 (좀 황당한 얘기지만, 큰 교회를 다녀본 사람은담임목사와 부목사간의 관계에서 이런 관계 역학을 자주 보게 된다). 강과장은 자성의 아이가 태어나자 선물을 준비하기도 하고나중에 충격으로 아이가 사산되자, 진심으로 마음이 아프다고 애써 말하기도 한다그는 자성을 믿지는 못하지만동시에 자성이 자기를 배신하지 않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공존하는 듯 한데마치 아들과 인격적 관계를 형성하지 못해 엄하게만 다루지만동시에 아들이 자신을 인정해 주기를 바라는, 미숙한 아버지의 모습처럼 비치기도 한다상황은 무척 다르지만영화 달콤한 인생에서이병헌과 김영철도 조직의 보스와 오른팔인 동시에, ‘유사 부자관계같은 모습을 보이는데한 여자를 사이에 두고 갈등을 보이다가아버지가 아들을 징계하고아들은 아버지에게 분노를 느끼고복수를 위해 돌아와서는 나한테 왜 그랬어요?”라는 대사를 치는 장면은관계를 맺고 소통하는데 미숙해, 엇나가기만 하는, 마초스런 남자들간의 관계에 대한 전형적인 예로 봐도 손색이 없다.

 

 

 

 

그렇다면 강과장의 첩자로 일하다가 그를 배신한 인물은 누구일까가장 가능성있는 인물은 석회장(이경영)일 수 있다영화 말에 이자성이 보스의 자리에 오른 것 처럼석회장도 골드문을 접수하려는강과장의 설계의 일부였다가 그를 배신하고 보스의 자리에 올랐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무간도와의 유사성을 생각해 볼 때이런 추측을 더 해보게 되는데무간도 1편의 프리퀼인 무간도 2편에서 보면황국장(황추생)이 한침(증지위)을 이용해 조직의 보스인 예영효(오진우)를 제거하지만한침은 동시에 자신의 계략을 진행해 조직을 장악하고그 후의 이야기인 1편에서 황국장과 대립구도를 형성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한침은, 자신의 아내 메리(유가령)이 살해되기에 (사실은 자신의 수하로 나중에 경찰에 잠입시키는 유건명이 직접적인 책임이 있지만 알지 못함) 경찰에 원한을 갖게 되고황국장은 자신의 동료인 육국장(후준)이 조직원들이 설치한 차량 폭탄에 살해되기에, 한침과 서로 철천지 원수가 되어 1편에서 혈투를 벌이는 것이다신세계와 무간도의 설정이 다른 부분이 있다면, 강과장-자성의 관계와 달리 무간도의 황국장과 진영인 (양조위)는 비교적 인간적인 유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이는 무간도의 리메이크인 디파티드에서 마틴 쉰과 디카프리오의 관계에서도 재현). 황국장이 1편말에 조직원들에 의해 빌딩에서 던저져 살해되자진영인이 망연자실하게 충격을 받는 데서 드러나는데, 황국장은 진영인이 경찰이라는 것을 증명해 줄 유일한 인물이기도 했다동시에 진영인이 첩자로 조직에 들어가고 경찰로서의 자기 증명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은혈통적으로 자신이 범죄조직인 예씨가문과 엮여 있다는 것에 대한 반작용이다개인적으로 무간도 3부작에서 최고의 작품은 2편 혼돈의 시대라 보는데황국장한침진영인 등의 인물이 보이는 성향과 동기의 배경을 상당히 꼼꼼하고 치밀하게  설정해 놓았고영화에서나오는 두번 정도의 반전이 상당한 충격을 주기 때문이다그렇게 보면 대부 시리즈도 2편이 가장 수준이 높은데신세계의 프리퀄에 기대가 더 가는 이유기도 하다.

 

무간도의 배경을 굳이 소개하는 이유는신세계의 프리퀄이 제작될때강과장이자성석회장정청고국장(신세계에서는 큰 역할이 없지만아마도 프리퀄에서 강과장과 상당한 역할을 했을법한등의 인물들의 뒷배경과 원한관계 등이 얼마나 잘 설정되고 그려지느냐그리고 신세계의 상황과 잘 맞아들어가느냐가 영화의 전체적 완성도를 좌우할 것 같기 때문이다전반적으로 강과장은 베일에 싸인데가 많고감정표현 등도 상당히 절제된 모습인데프리퀄에서는 강과장과 관련된 이야기가 상당부분 다뤄지게 될 것 같다

 

신세계에서는 다양한 영화적 장치들(장소소품 등등)를 사용해 시나리오와 캐릭터를 엮어주고 있는데강과장을 상징하는 장소는 폐낚시터로 여러 상징성이 있다전체적으로 판을 설계해놓고고기가 물리기를 기다린다는 점에서 낚시와도 연관이 되고폐낚시터라는 장소는 강과장의 내면이나 인생을 반영해주기도 하는 것 같다. 그는 인간미가 거의 말살된 것처럼 보이고피도 눈물도 없어보이는 모습으로, 오히려 더 범죄자 같기도 하다. 폐낚시터 같은 내면세계를 가진 오늘의 강과장이 있기 까지과거 석회장이나 조직과의 혈투가 있었고그로 인해 그의 인생이 심각하게 파괴되고주변의 인물들도 사라지고또한 자기가 심은 첩자의 배신으로인간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린 인물이 되지 않았나 추측해볼 수 있다. 또한 골초인 그가 담배에 중독되어 있는 것과 이제 담배를 끊으라는 여형사의 충고는, 골드문에 대한 집착에 중독되어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과, 나중에 그로 인해 비극적 결말이 기다리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한편중간 중간그에게 일말의 인간성과 선과 악의 사이에서 갈등이 남아있음을 보여주는 장면들도 있는데자신이 훈련시킨 여형사(송지효)가 정청이 보낸 연변 킬러들에 의해 당하자그녀의 마지막 말에 따라 담배를 끊기로 하거나자성의 아이가 죽었을 때마음이 아프다고 하면서 이건 진심이라고 덧붙이는 것 등이다특히 흥미로운 것은 강과장과 여형사의 관계이다그는 설계를 진행하던중정청과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내무에 첩자가 있다는 것을 너무 많이 노출해버렸고결국 정청이 중국 해커의 도움으로 경찰서 내부 자료를 빼내 첩자들의 신상을 확인하게 되는데그 과정에서 여형사가 발각되고자성의 오른팔로 자성도 모르게 첩자로 활동한 자성의 오른팔 석무 또한 정청에게 발각되 살해된다여형사와 강과정은 어떤 관계였을까정청의 말처럼 내연관계였을 수도 있고멘토와 멘티의 관계였을 수도 있지만 (아니면 혹시 숨겨둔 딸?), 중요한 것은 그녀의 죽음에 강과장이 심한 마음에 동요를 보인다는 것이다잘 드러나지는 않지만이자성과의 관계와는 다른 무언가 특별한 관계가 숨어있을텐데이 역시 프리퀄을 기대해 보게 된다좀 다른 얘기지만 아무리 비밀 요원이라도자신의 수하가 당하게 되었는데연변 킬러들이 닥친후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 다는 것이 좀 이해가 안가는 면이 있다그리고 아무리 조직이 대담하다고 해도경찰을 두명이나 살해하고 시체를 유기한다는 건한국적 상황에서 조금 지나친 설정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결국폐 낚시장과 같이 파괴된 내면세계속에서 골드문과의 대결이 전부가 되어버린 그는결국 그 낚시장에 빠져 죽게되는 비극적 결말을 맞는다.

 

 

2. 정청(황정민)

 

 

 

정청은 이 영화에서 가장 특이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전라도 여수 출신 화교라는 설정도 그렇고허장성세와 오바가 심하다는 점도 그렇다정청이 화교라는 설정은 영화의 중화권 진출(?)을 염두에 둔 설정일 수도 있고동시에 홍콩 무협이나 느와르에서 그려진 의리나 남자들간의 우정큰형님(따거)에 대한 향수 등등에 대한 오마주일수도 있겠다아이러니 하게도범죄 조직의 거물이지만정청은 영화의 인물들중에 거의 유일하게 인간미나 인간적 유대관계를 보여준다는 점도 그렇다언급했듯이자성과 강과장이 불신과 갈등의 관계라면자성과 정청은 형제 같기도 하고심지어 토라지고 투정을 부리고 달래는연인처럼 보이기도 한다조직 내에서 상하관계와도 다르고일종의 멘토와 멘티같은 관계이기도 하다마지막 회상씬에서 보여졌듯이오랜시간 동안 다져진 신뢰와 정이 있는 관계이다조직에 첩자로 들어가 자신을 돌봐주는 형님과 인간적인 유대를 형성해 갈등한다는 이런 설정도 아주 새롭지는 않은데역시 유사한 소재를 다룬영화 도니 브래스코에서 알파치노와 조직에 잠입한 조니뎁의 관계가 전형적인 예이다이자성이 경찰이라는 자신의 신분과 임무사이에서 갈등할 정도로정청과의 관계는 깊다고 할 수 있는데강과장은 이자성의 복지나 행복에  무관심 하고장기판의 말처럼 다루지만정청은 경찰 첩자라는 자성의 신분이 드러난 후에도 그럴 감싸주고죽어가면서까지 자성에게 최후의 충고를 던진다그 말은 결국 자성이 경찰이 아닌 조직의 보스로 살기로 마음먹는데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결국자성은 강과장에게서 느끼지 못한 멘토와 멘티의 관계를 정청에게서 찾게 되는 것

 

 

 

 

하지만 이런 의리와 인간미라는 요소 외에도정청은 상당히 입체적인 인물로극도의 잔인함과 폭력성그리고 권력욕도 있다는 것이 중간중간 비쳐지며장난만 치는 만만한 인물이 아니라허장성세 뒤에치밀한 계산속에 자기 그림(정청 만의 신세계)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강과장이 진행하는 이이제이의 게임(정청과 이중구를 싸움 붙이는)에 말려 들어가기를 거부하고오히려 중국 해커를 고용해 자성과 석무가 내부의 첩자라는 것여형사가 접선책이라는 것을 찾아내고연변 킬러 3인방을 불러들여여형사를 잡고 석무를 처리한다강과장이 의도하는 판을 깨버리려 하는 것반면이중구(박성웅)는 다른 선택이 없기도 했지만그것이 덫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강과장이 원하는대로 칼춤을 춘다는 면에서정청과 게임이 안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이전에도 정청은 그 자신만의 신세계 프로젝트를 차근차근 진행해 오고 있었다는게 드러나는데강과장이 지적했듯석회장의 신임을 받는 동시에내부의 첩자를 잡는 다는 명목으로그의 수족들을 잘라왔고 (영화 맨 처음 석회장 측근을 처리하는 장면처럼), 그 과정에서 자신의 기반을 확고히 하고이중구를 쳐내고 골드문을 장악할 작전을 짜왔던 것이다황정민은 영화 내내 이 특이한 캐릭터를 잘 연기하는데능청스레 이야기를 하다가공항에서 강과장이 자기 속내를 그대로 이야기 했을때얼굴에 스치는 순간적인 표정이야 말로그의 겉모습 속에 치밀하고 무서운 데가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석회장을 누가 죽였는가도 궁금한 문제이긴 한데아주 명확하지는 않지만이런 배경하에서 정청의 작품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든다물론 법적인 방법으로 석회장을 단죄하려는게 실패하자강과장이 처리했을 가능성도 있기는 하다.

 

 

정청의 또다른 면은 잔혹함과 폭력성인데창고씬에서 배신자를 처리하는 모습은 극도의 잔혹성을지하 주차장에서 이중구 파와 싸우는 장면은그가 만만치 않은 인물임을 보여주기도 한다과연 한사람 안에 이런 의리라는 요소와 잔혹성과 권모술수 등이 다 모여있을 수 있는가하는 질문이 남긴 한다심지어 다중인격이나 정신질환적인 느낌까지도 주는데정청이라는 인물이 찾아보기 힘든 새로운 캐릭터라는 것은 분명하다영화는 결국 설정이지만사람 등쳐먹고 칼질하는 폭력의 세계에서늘 의리라는 가치를 들먹이는 것은 무엇일까그만큼 먹고 먹히는 조폭의 세상에서 제대로된 의리를 찾기 힘들고언제 누가 뒤통수 칠지 모르기 때문에매일 의리 타령 하는게 아닐까?

 

 

 

 

정청이 여수 출신 화교라는 점은한국사회에서 인종적 지역적 사회적 마이너리티라고 볼 수 있는데그런 배경을 가지고 위까지 치고 올라왔다는 점이 역시 그를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고실없는 겉모습과 의리잔혹함권모술수 등의 다면적인 캐릭터를 갖게 된 배경을 설명해준다고도 하겠다이제 중국의 부상은 화교라는 출신이라는게 차별의 요인이 아닌 새로운 기회를 열어준다고 하겠는데그가 열심히 중국에 진출하고중국의 해킹과 연변의 킬러등의 외적 자원(?)을 아웃소싱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다른 이야기지만영화 황해라던지오원춘 사건 등으로 연변 동포들이 너무 극단적인 이미지로 그려지는 것은 좀 안타깝긴 하다

정청의 라이벌인 이중구(박성웅)는 가장 전형적인 조폭이라고 할 수 있다폭력과 위협이 익숙하고자존심과 경쟁심이 강하며 비교의식과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인물언급했듯이 결과가 파국이라는 것을 알지만정청이 자신을 치려 했다는 걸 못참고 강과장의 의도대로 칼춤을 추고 예상되는 죽음을 맞는오히려 정청보다는 솔직하고 단순한 인물이다분노로 안면근육과 입꼬리를 떨고 눈에 살기를 띄는 박성웅의 연기도 그럴듯 했다. 영화 초반에 이중구가 석회장 장례식에 잠복수사하러 온 경찰들의 카메라를 망가뜨리는 장면은, 영화 대부 1편에서 돈 꼴리오네의 장남 소니가 카메라를 부수는 장면을 그대로 오마주 하고 있다. 

 

 

3. 이자성(이정재)

 

 

 

영화의 핵심에 있는 이자성은 강과장에 의해 첩자로 골드문에 잠입하고 그 와중에 정청과는 형제같은 관계를 형성하게 되고강과장이 자신을 이용하는 것에 불안해 하며정청과의 관계에서 갈등하는 인물이다흑백의 구분이 분명한 바둑처럼그는 선과 악이라는 구도에 들어가 있어야 하지만현실은 무엇이 흑인지 백인지조차 헤깔리게 되고자신은 언제든 따먹힐 수 있는 바둑돌에 불과하다는 것에 극도의 불안을 느끼며결국은 그 바둑판을 뒤엎는다최민식과 황정민 사이에서 연기력이 딸리지 않을까 우려가 있었지만이정재는 불안에 떠는 이자성이라는 인물을 그럴듯하게 연기해 냈다특히 창고씬에서자신의 접선책인 여형사가 잡혀오고자성의 신분이 드러나게 생겼을때자성이 서류를 받아들고 땀을 비오듯 흘리는 장면은 연기도 훌륭했고긴장의 최고조라 할 수 있다. 정청은 자성이 아닌 그의 오른팔 석무를 삽으로 내리치는데, 이 장면도 무간도’ 에서 그대로 차용한 감이 있다. 

기원에서 강과장이 자성에게정청을 제거하고 장이사와 골드문을 접수하라고 했을때는자성은 강과장의 멱살을 잡고 욕을 하다가 (영화에 유일하게) 강과장님이라고 부르며 사정을 했다가 하면서극도의 감정적 동요를 보이는데이정재는 이 장면도 훌륭하게 연기했다.   

 

 

 

 

자성이 변심을 하게된 계기는 무엇일까강과장이 자신을 이용만 하고 있다는 불신이 쌓이다가그 과정에서 아이가 유산된 것도 클 것이고자신이 형제처럼 생각하는 정청이 죽기전에 남긴 말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다경찰의 끄나풀로는 결국 이용만 당하다 비참한 결말을 맞을 수 밖에 없다는 것결국 자성은 자기를 진짜 생각해 주는 사람이 누구이며그 사람의 조언이 무엇인가에 따라 결정을 내린 것이다이 과정에서 해킹 사태 이후강과장이 자신의 파일을 지워버리는 치명적인 실수를 하자그는 자신만의 신세계 프로젝트를 가동시킨다이미 이중구의 칼춤으로 정청과 이중구 양쪽의 세력이 상당부분 궤멸된 상태에서 강과장이 정해준 파트너인 장이사가 먼저 손을 쓰는 듯 했으나이미 자성은 그것을 꿰뚫어보고 준비를 해 놓은 터였고연변 킬러는 강과장과 고국장마저 처리해서이제 자성의 신분을 아는 사람은 모두 사라지게 된다이렇게 마지막 반전과 조직을 장악하는 장면은영화 대부를 떠올리게도 하고강과장이나 정청이 아닌이자성이 게임의 최종승자가 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한가지 아쉬운 것은극도의 불안 연기를 잘 해낸 이정재가이 마지막 장면에서는 뭔가껍질을 깨고 악마같은 캐릭터나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하면서 카리스마를 보여줘야 했을텐데이 부분에서는 연기의 임팩트가 약했다는 점이 좀 아쉽다면 아쉽다가짜 명품시계는 자성의 신분과 정청과의 관계를 보여주는 중요한 소재인데마지막에 정청이 선물하려 했던 시계를 차는 것은자성이 경찰대신 조직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로 결심했음을 보여준다.

 

 

 

회상씬을 보면이자성이 강과장에게 픽업되어조직에 첩자로 들어가게 된 것이역시 여수출신 화교라는 이유 때문이었고, 는데마지막 장면을 보면정청이 조직의 보스였을때 들어간 것이 아니라두 사람이 거의 양아치 수준으로 밑바닥부터 함께 해왔다는 것을 보여준다젊은 시절 정청과 함께하던 자성이 웃는 모습이 나오는데, 영화 전체에서 유일하게 자성이 활짝 웃는 장면이라는 것이 자성의 마지막 선택과 연결되며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4. 프리퀄(전편)과 시퀄(후편)에 대한 기대

 

감독의 말처럼 전편과 후편이 제작될텐데일단 기대가 되는 것은 프리퀄이다앞에서 말했듯신세계의 인물들 간의 과거사와 원한등등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암시된 부분이 많아서 궁금증이 한껏 높아진 상황이기 때문이다동시에 배우 마동석과 류승범이 우정출연으로 이름이 올라가는데 영화에 등장하지 않자두 사람이 나오는 미공개 동영상이 공개되었는데이것이 후편에 대한 일종의 예고편으로아마도 강과장이 죽은 후다른 경찰인 마동석이 그 복수를 하고 이자성이 보스가 된 골드문과의 일전을 준비하며역시 시골 파출소의 경찰인 류승범을 스카웃 하는 장면이다, 3편에서마동석이 또하나의 강과장류승범이 이자성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굳이 비교하자면 후편보다는 전편에 대한 기대가 더 큰데마동석이 여러 영화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새로운 설계자로서의 면모나 최민식의 카리스마에 미칠수 있을지 아직은 느낌이 안오고류승범은 좀 가벼운 양아치의 이미지가 강해 좀 몰입이 안되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아마도 무간도의 공식 그대로, 2편은 프리퀼이, 3편은 후일담이 될 것 같은데프리퀼의 성공여부가 3편의 추진력을 좌우하게 될 듯 하다.

 

미공개 마동석 류승범 영상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91031&mid=20096#tab

 

 

5. 오마주 혹은 모방신세계는 무엇이 다른가?

 

앞서 말했듯유명한 범죄영화들을 꽤 본 팬들이라면심지어 신세계 만의 독특하고 새로운 설정이라고 할 만한게 딱히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기존의 범죄영화들과 유사한 설정들이 많고다양한 영화들의 요소를 차용한 것이 사실이다좋게말하면 오마주고심지어 신세계를 모방작으로 폄하하는 의견도 있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상대 조직에 첩자를 잠입시키고첩자가 불안과 긴장속에 정보를 빼돌리며 자신의 정체성 속에서 갈등한다는 것은 무간도(그리고 그 리메이크인 디파티드)’가 대표적이다무간도는 조직과 경찰 서로가 첩자를 잠입시켜마치 거울 이미지 처럼 유건명(유덕화)과 진영인(양조위)이 대비된다는 점이 특이한데무간도는 정체성의 문제나 혼동그리고 제목처럼 지옥같은 삶을 사는 인물들에 집중했다면, ‘신세계는 강과장정청이자성이라는 세명의 인물들과 그 캐릭터가 중심이 되고이자성의 불안과 갈등이 부각됬다고 하겠다. ‘무간도 1, 2편을 통해 인물들의 배경과 동기들을 꼼꼼하게 잘 설명한 바 있기 때문에, ‘신세계의 프리퀄에서도 이런 탄탄한 설정과 시나리오가 관건일 것 같다




모든 범죄영화의 교과서라 할 수 있는 대부 3부작 역시 많은 유사성을 지니는데조직의 대부가 사망한 후 벌어지는 배신과 갈등암투와 두뇌싸움이라는 요소가 그렇고배신자를 찾아나가는 과정이나적들을 차례차례 제거해 나가는 장면 등도 그렇다흑사회 2부작’ 역시 조직의 대표 자리를 놓고 벌어지는 경쟁과 암투라는 면에서 유사한데거칠고 폭력적인 양가휘와부드럽지만 음험한데가 있는 임달화라는 차기 경쟁자들의 갈등이라는 설정도 약간은 유사한 데가 있다잔혹한 살인이나 사체 유기에 대한 묘사 등도 그렇고언급한 대로도니 브래스코는 조직에 침투한 경찰이 느끼는 갈등과 긴장감그리고  자기 보스에게서 느끼는 인간적인 유대관계를 잘 그려냈고. 


 




대부 3부작은 미국의 이민사와 이탈리아계 인들의 생활상정경유착정교유착과 비리마피아의 역사 등을 잘 녹여내미국 사회를 반영하는 대표적인 영화라 할 수 있고많은 미국인들은 대부를 인생 교과서 처럼 여기는 것을 보고재밌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미국인들이 보이는가족주의 이데올로기본능적인 공포와 불안끝없는 적과의 투쟁속에 모두가 빨려들어 간다는 면 등등도 상당히 상징적이다가족을 지키기 위해 시작한 마피아 사업으로 결국은 가족들도 하나하나 희생되고 공포속에 살게 된다는 것은하나의 마피아로서의 군사국가 미국에 대한 메타포로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무간도와 흑사회 홍콩 느와르의 특징이라면홍콩의 중국 반환을 앞두고 감돌던 공포와 불안을 잘 묘사 했다는 점을 생각해 볼 수 있다영국 국기와 중국 국기가 교차되는 장면들도 그렇고, 두 영화 시리즈 모두마지막 편에 (무간도 III와 흑사회 II)중국 본토 출신의 인물이 상황을 정리한다는 것이 우연이 아닌 듯한데, 무간도 3편에서는 다른 범죄조직의 보스로 위장했던 심등(진도명)이 중국 공안이었고, 흑사회 2편에서 흑사회의 보스가 된 지미(고천락)가 중국 공안을 만나 그에게 접수(?)당하는, 장면에서, 공안은 마치 지옥에서 온 사자처럼 무시무시하게 그려지고, 지미는 영원한 저주속에 봉인 당하는 듯 하다. 

 



 

그렇다면 신세계의 차별성은 무엇일까말했듯이소재나 설정 자체가 아주 색다른 부분은 없는 것 같고특별히 한국적인 요소나 사회상을 반영하는 부분도 두드러지지는 않는 것 같다예를 들어최민식이 출연했던 범죄와의 전쟁’ 같은 경우조폭 영화지만범죄조직의 세계보다도군사정부 시기 80년대의 사회상을 그리는데 치중한 영화라고 볼 수 있는데신세계는 사회배경보다는 인물들과 관계에 집중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결국 신세계의 두드러진 특징은박훈정 감독의 탄탄한 시나리오에 기반한 인물과 캐릭터일 듯 강과장정청이자성이라는 독특한 세 인물의 캐릭터와 그들의 얽혀있는 관계와 갈등이 두드러지는 영화고세명의 배우가 보여준 뛰어난 연기력이 영화를 빛나게 했다는 생각이다어쨌든신세계의 흥행을 시작으로대부나 무간도에 버금가는한국형 느와르의 3부작이 잘 나와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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