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엽

김근주 교수님의 신간 "특강 예레미야" 출간을 축하합니다. 

지난 코스타에서 김근주 목사님의 설교와 강의들 듣고, 김회권 목사님에 이어, 이 시대의 젊은이들의 목마름을 채워줄 또 한명의 좋은 구약 설교자를 만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얼마전 교수님께 새로나올 책의 추천사를 부탁한다는 연락을 듣고, 아무 권위와 전문성이 없는 제가 감히 무슨 추천사를 쓰겠냐고 난색을 표했는데, 전문가들의 추천 외에도, 평신도를 위한 평신도의 추천서도 하나 실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난생 처음 출간되기 전의 원고를 읽고 추천사를 써보는 경험을 해봤습니다. 지면의 한계상 책에는 최대한 요약해서 실었는데, 약간은 제 소감문에 가까운 요약 전의 버전을 올립니다. 믿을만한 출판사 IVP에서, 이종연 간사님의 수고로 책이 잘 편집되어 나온거 같네요. 괴롭고 답답한 소식만 가득한 한국사회와 교회를 보면서, 바로 오늘이 예레미야를 읽을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꼭 사서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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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주 교수 "특강 예레미야" 추천사 (2013/09/12)

 

 

 

추천사: 이인엽

 

김근주 교수님의 설교와 글을 접하면서, 복음주의적 신학과 깊은 성경연구 위에, 시대에 대한 고민을 갖춘 신학자라는 인상을 받았었는데, 구약의 예레미야서를 주제로 귀한 책이 출간되어 기쁜 마음입니다. 

 

“지금은 엘리야 때처럼”이나 “주의 종 다윗의 때와 같이”는 들어 봤어도, “예레미야 시대처럼” 같은 구호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예레미야의 삶은, 엘리야같은 권능, 혹은 다윗같은 영광의 승리는 고사하고, 배척과 핍박으로 가득했었지요. 또한 이스라엘이 종교적, 사회적으로 극심하게 타락하다가 망해버린 불행한 시기를 대표합니다. 그래서 예레미야서는 읽기 힘들고, 설교도 잘 되지 않는, 소위 은혜(?)받기 힘든 책으로 생각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그 절망의 시대에 주어진 예레미야의 메시지가, 거짓 안정감과 평안의 허구성을 폭로하고, 신앙의 본질적/비본질적인 요소를 명확히 갈라낸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당시 이스라엘이 율법의 본질인 ‘정의와 공평, 인애와 자비’가 철저히 무너진 상황에서, ‘다윗 왕가 언약’과 ‘예루살렘 성전신앙’이라는 비본질에 매달렸고, 하나님의 심판을 보지 못했다고 지적합니다. 결국 헛되이 의지하던 혈연으로서의 다윗 왕가와 건물로서의 성전이 무너지자, 비본질적인 것들이 파괴되어도 하나님나라의 통치는 지속된다는 것이 확인되며, 하나님나라의 본질이 오히려 명확해 집니다.

 

땅은 혈통적 이스라엘에게 무조건 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희년의 원리로 대표되는 언약을 지킬때만 그 권리가 유지됩니다. 정의와 공평, 인애와 자비의 정신을 짓밟을 때, 혈통적 이스라엘이라도 그들은 땅에서 뽑히게 됩니다. 과거 죄악이 관영한 가나안 원주민들이 이스라엘에 의해 멸망했듯이, 범죄한 이스라엘도 강대국들에 의해 심판을 경험합니다. 다윗의 왕가나 건물인 성전이, 율법의 정신과 언약을 저버린 이스라엘을 보호해주지 못합니다. 

 

엘리야, 이사야 때까지만 해도 구원과 돌이킴의 가능성이 있었다면, 예레미야 시대에는 돌이킬 수 없는 심판이 확정되었고, 그 와중에 예레미야는 조국에 대한 애국심과 충성심마저도 초월해, 우주적이고 보편적인 하나님의 정의와 심판을 외쳐야 하고, 그로 인해 극심한 미움과 저주 핍박에 처합니다. "하나님사랑=나라사랑"을 외치는 애국 기독인들은 우리의 충성의 우선순위가 어디부터인지 한번 생각해 봐야겠지요. 

 

한편, 토지무르기가 상징하듯, 예레미야서는 참된 희망의 책이기도 합니다. 범죄하고 타락한 이스라엘이 심판받는 동시에, 빈민들이 포도원과 밭을 받고, 땅이 안식하며, 포로들에게 회복의 약속과 바벨론 심판의 예언이 선포됩니다. 망할것 같았으나, 하나님의 역사는 끝나지 않고 포로기를 지나 귀환의 때가 찾아올 것입니다. 심판의 엄혹함은 고통스럽지만, 동시에 우리는 이스라엘 공동체가 저지른 죄악의 위중함과, 그치지 않는 하나님의 긍휼을 봐야 할 것입니다. 

 

저자는 예레미야서가 오늘 우리 사회와 교회의 현실을 거울처럼 비춰준다고 말합니다. 선민사상, 승리주의, 번영신학, 건물숭배, 기복신앙이 팽배한 오늘 한국 교회의 현실은 예레미야 시대의 이스라엘과 놀랍도록 유사합니다. 이러한 교회의 타락에 대한 통절한 반성 없이, 구원과 축복에 대한 자기 확신과, 손쉬운 부흥과 회복을 이야기 하는, 거짓선지자들이 판치는 현실 또한 그대로입니다. 가진자들의 기득권에 복무하고, 손쉬운 사죄선포와 싸구려 은혜를 남발하며, 약하고 억눌린 자에게 짐을 지우고 정죄하는 교회. 사회의 고통과 불의에는 침묵하고, 자신들의 불이익에는 벌떼처럼 일어나는 기독교의 모습이 그러합니다. 권력자들과 가진자들이, 기득권과 더 큰 욕망을 위해 불법과 악행을 서슴지 않으며, 가난하고 약한 자들이 막장으로 내몰리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그렇습니다. 

 

결국 예레미야서는 내 삶에서, 우리 사회와 교회에서 뽑히고 무너져야 할 것, 그리고 새롭게 세우고 건설되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돌아보게 합니다. 고통스럽고 답답한 한국 사회와 교회의 모습을 보면서, 바로 오늘이 예레미야 서를 읽어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의 장점은, 문자주의적 해석이나 개인주의적인 적용을 넘어, 당시의 시대 배경과 성경의 맥락에 기초한, 균형잡히면서도 풍성한 해석을 제시하고, 오늘 우리 사회와 교회의 현실에 맞닿은 적용점들을 잘 짚어준다는 것입니다. 본문연구에 충실하면서도 분량이 적당해, 평신도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되리라 생각하고, 각 장의 말미에는 생각해볼 질문들도 있어서, 소그룹이나 교회에서도 활용도가 높을 것 같습니다. 예레미야서의 좋은 가이드가 되어줄 이 책을, 우리 시대와 교회와 신앙을 고민하는 젊은이들과 평신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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