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엽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 그리고 북미 협상 재개의 가능성

2021년 5월 22일 이인엽 

이번 정상회담은 여러모로 큰 관심을 모았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양 정상이 처음 만나는 자리이고,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이 어떻게 진행될 지, 한미 정책공조가 어떻게 이뤄질 지,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의 1년여 남은 임기 동안 한반도 상황에 어떤 돌파구가 가능할 지 등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었다. 이번 정상회담을 지켜보며 그 성과와 의미를 정리해 본다. 
(6월 초에 관련 내용으로 좌담회, 강연 등이 잡혀있어서 조금 자세히 정리해 보았다. 긴글주의!)

 

 

1. 정상회담의 배경 

지난 4월 말에는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100일 만 대북정책 검토를 완료했는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실용적 접근'을 통한 '외교적 해법'을 모색한다는 검토 결과를 내놨다.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의 정책은 일괄타결 달성에 초점을 두지 않을 것이며 전략적 인내에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 "우리의 정책은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있고 (외교를) 모색하는 실용적이고 조정된 접근"이라 밝혔다. 적어도 트럼프 식의 CVID에 기초한 ‘빅딜’이나 오바마 식의 ‘전략적 인내’를 반복하지 않고 실용적인 접근을 하겠다는 뜻이었다. 다른 미국의 고위 당국자는 "우리의 접근은 싱가포르 합의와 과거 다른 합의들을 기반으로 할 것"이라고 언급해, 이전의 외교적 성과를 인정하고 그 위에서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5월 3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우리는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 있고 이를 모색하는 '조율된 실용적인 접근법'이라고 부르는 정책을 갖게 됐습니다”라고 밝히기도 했었다. 일정이 비공개라서 구체적인 의도나 활동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5월 12일에 방한한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장이 비무장지대 내 판문점을 방문했는데, 쌍안경으로 북한 쪽 한번 보고 기념 사진 찍으러 굳이 판문점까지 간 것은 아닐 것이고, 어떤 배경이 있는지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15일에는 미국측의 접촉 제안이 북한측에 전달되었고, 그동안 냉담하고 공격적인 반을 보이던 북한이 "잘 접수했다"고 답하기도 했었다. 이미 이러한 바이든 정부의 태도 자체가 치열한 문재인 정부의 외교적 노력으로 가능했고, 그런 점에서 한 기사는 "바이든의 대북정책 검토 자체가 문재인의 외교적 승리"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KHANG VU, "Biden’s North Korea review is a diplomatic victory for Moon Jae-in," The Interpreter, 11 May 2021). 

미국의 외교정책은 국내정치적 변화를 빼고는 이해할 수 없다. 전임자와 다른 정당에서 선출된 신임 대통령은, 전임자와 차별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데, 트럼프 정부와 긴밀하게 싱가포르 정상회담 등 대북정책을 꾸려갔던 문재인 정부가 바이든 정부와 어떤 협력 관계를 설정할 지 긴장된 마음으로 지켜보게 된 상황이었다. 특히 싱가포르 선언과 판문점 선언 등 기존의 북미, 남북 회담의 성과를 바이든 정부가 어디까지 인정하고 이어갈 지, 그리고 경제제재로 제한 받고 있는 남북 교류협력을 어느 정도 지원할 지 등에 문재인 정부는 상당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을까 싶었다. 

 

 

2. 회담의 전반적 분위기 

많이 보도 되었듯이, 정상회담은 매우 친밀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문 대통령은 알링턴 국립묘지 무명용사의 묘 참배하고 국립묘지 기념관 전시실에서 기념패를 기증했는데, 국군유해발굴단이 발굴한 한국전쟁 참전 미군의 바지, 단추 등으로 제작한 것이었다. 또한 한국전에 참전한 95세의 랄프 퍼켓 주니어 예비역 대령의 한국전 참전용사 명예훈장 수여식에 참석해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외국 정상이 명예훈장 수여식에 참석하는 것은 최초라고 하는데, 이러한 일정들은, 미국인들이 좋아하고 감동받는 포인트를 아주 정확하게 자극해 준, 매우 세심하게 기획된 외교적 이벤트였고, 미국 사회와 바이든 정부에 깊은 인상을 남긴 듯 하다. 

당선 초기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고령인 점 등과 트럼프 정부 시 벌어진 혼란 등으로 인해, 위기 수습에 급급한 평이한 대통령으로 남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있었는데, 그간의 활동을 보면 재난지원금이나 백신 수급, 부자 증세 등 매우 공세적인 정책을 추친하고 있어, 대공항과 2차대전의 위기를 극복해 낸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길을 가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도 생기고 있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이 공화당의 레이건에 비견되는 민주당의 가장 성공한 대통령인 루즈벨트 기념관 방문한 것도, 바이든 정부와 공감대를 만드는데 효과적인 일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 스가 총리 방문 때와 달리 마스크 지침도 풀려서 보다 친밀한 분위기였고, 문 대통령의 발언을 들어보면, 발언을 듣던 부통령 카밀라 해리스가 함박웃음을 터트린 것 처럼, 상대방의 주요 업적이나 자부심을 느낄 만한 지점들을 정확히 칭찬해 주고, 자신과의 공감대를 강조하는 발언 등으로, 만나는 사람 마다 호감을 갖고 좋은 관계를 만들어 나간다는 인상이다. 인간관계에서도 그렇지만, 외교에서도 상대방을 깊이 이해하고 높여주며, 서로의 공감대를 찾아가는 성숙하고 진심 어린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3. 한반도 문제

관심을 모았던 한반도 문제는 공동성명을 읽어보면, 다행히도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려던 내용들이 상당부분 포함되어 있어, 많은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였고, 바이든 정부가 이를 대폭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의 안보를 향상시키는 실질적 진전을 위해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 있고, 이를 모색한다는, 정교하고 실용적인 접근법을 취하는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가 완료된 것을 환영”하였다는 언급은 기존에 보도된 대로 북미 대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확인한 점이고, 문 대통령은 질의 응답에서 이것이 “실용적, 점진적, 단계적 방식”이며, 대북접근법에 양국간에 차이가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정부 대북정책을 빠르게 재검토한 것, 그리고 북미대화에 다년간의 경험을 가진 성김을 대북 특사로 임명한 것, 정상회담에 맞춰 북한 인권 특사보다 대북특사를 먼저 임명한 것도 바이든 정부의 대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 할 수 있다. (성김은 개인적으로 아버지가 전 주일공사 김재권으로 김대중 납치사건의 일본 내 총지휘자였다는 점도 논란이 있고, 본인이 절대 한국어를 사용하지 않고 영어를 쓴다는 등에서 철저히 미국적 이해를 대표한다는 평도 있지만, 사실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철저히 대표하지 않는 사람을 중요한 자리에 배치 하는 법이 없다. 개인적인 배경 보다는, 부시 정부 때부터 6자회담에 참여하기 시작해서, 오바마, 트럼프 정부 내내 미국 외교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을 강조하면 될 것 같다.)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의 남북 간, 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이루는 데 필수적이라는 공동의 믿음을 재확인하였다”는 언급은 매우 큰 성과이다. 바이든 정부로서는 트럼프의 성과인 싱가포르를 인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싱가포르와 남북정상회담의 상징인 판문점 선언을 모두 인정하겠다는 것은 지난 문재인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헛되지 않았고, 바이든 정부의 존중을 받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한 남북 대화와 관여, 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고,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데 동의하고, 가장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 제공을 계속 촉진하기로 약속”했으며 양 측은 “남북 이산가족 상봉 촉진을 지원한다는 양측의 의지를 공유”하고 “우리의 대북 접근법이 완전히 일치되도록 조율해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지난 트럼프 대북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앞에서는 탑다운 방식의 정상외교를 진행해서 기대감은 높였지만, 실제적으로는 “화염과 분노”의 군사적 위협으로 시작해 “치명적 제제”를 유지하면서 북한을 압박해, 북한에게 일방적으로 CVID를 기준으로 선비핵화를 수용하라고 비현실적인 요구를 강요했다는 점이다. 또한 세컨다리 보이콧 등 강력한 제재를 유지하는 통에, 남북협력 사업들 까지도 사사건건 제한을 받았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한미워킹그룹이 남북관계의 진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고,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제제를 위한 제제가 아닌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목적이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었다. 중요한 것은 구체적으로 남북교류협력에 대한 제제 예외 조치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인데, 일단 정상간 합의문에 이러한 지지의사를 밝힌 것은 큰 성과이고 앞으로 구체적인 협의를 통해 남북협력의 문을 다시 열어갈 것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입장이 다 같지는 않겠지만 4명의 한국계 의원이 미국 정치의 본진인 의회에 깃발을 꼽고 있다는 것도 천군만마라 할 수 있다. 특히 앤디 킴은 한인사회와 밀접하게 교류하며 한반도 문제를 풀어보려는 진정성이 보인다는 평가가 있어서 많이 기대가 된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 맞춰 하원에서 앤디 킴과 대표 발의자 브레드 셔먼 의원 포함 4인의 민주당 의원들이 ‘한반도 평화법(Brad Sherman Introduces Peace on the Korean Peninsula Act)’을 발의했다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 이 법은 싱가포르 회담과 판문점 선언에 대한 지지와 종전선언 평화협정, 그리고 인도주의적 접근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문대통령의 접근과 일치하는 내용이다. 

 

 

 

물론 공동성명과 양 정상의 기자회견을 비교해 보면, 약간의 강조점과 뉘앙스의 차이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북핵문제와 북미관계를 풀기 위한 대화의지, 그리고 실용적, 점진적, 단계적 접근법 등을 강조했으나,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기조와 주변국가와의 공조와 집단 안보를 강조했다. 전반적으로 중국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은 쿼드(미, 인도, 일본, 호주 4개국 안보협력)와 아세안 등 동남아 국가들과 협력하는 인도-태평양 전략, 한미일 삼각동맹을 강화하여 중국을 포위 견제 하는 글로벌 전략과 연계해서 한반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개방적이고 투명하고 포용적인 지역 다자주의,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다원주의와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민주주의 국가로서 인권 및 법치를 강조, 중국의 지원을 받고 있는 미얀마 군부에 대한 비판 등도, 당연히 대중국 압박의 일환이다. 한국의 입장을 고려해 쿼드에 가입을 강요하거나 중국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한 것은 어느 정도 미국의 배려와 존중이 있었다고 하겠다. 

결국 양측의 강조점이 어느 정도 절충되어 공동성명에 들어간 것인데, 이 정도면 바이든 정부는 문대통령의 외교적 역량으로 설득하고 견인해서 북미대화의 모멘텀을 만들어 볼 만 하다는 생각이다. 트럼프의 정책이 “미국 우선 주의(America first)“였다면, 바이든의 정책은 “동맹 우선 주의(Alliance first)”라는 평가를 받는다. 분담금을 5배로 올리라는 황당한 요구로 트럼프 정부 내내 난항을 겪었던 분담금 문제도 해결 되었고, 바이든은 기본적으로 대화가 통하는 지도자라 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트럼프 정부 기간 동안 발생한 혼란을 정리하고, 코로나19대응, 경제회복을 이루는 국내정치적 문제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 아프간 철군 등의 중동 문제, 미중 갈등 문제, 등 산적한 과제가 너무 많아서, 북한문제가 바이든 정부에게 얼만큼 미국의 우선순위로 자리잡을지가 미지수라는 점이다. 여기에는 역시 문재인 정부의 외교적 역량이 필요하다. 북한 문제를 한번 풀어볼 만 하고, 외교적 성과를 얻어낼 수 있다는 판단이서도록 견인하고 격려하며 북미를 중재하는 외교적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문대통령은 이미 “화염과 분노”나 “치명적인 제재”를 부르짖다가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고 극과 극을 오가던,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과도 싱가포르를 비롯 상당한 성과를 이뤄낸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이제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잔뼈가 굵은 바이든과 호흡을 맞춘다면, 과거 빌 클린턴이 시작했던 북미 협상의 끝을 보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노벨상은 따놓은 당상인데, 바이든이 문재인 대통령의 설득과 격려를 통해 북핵문제를 한번 풀어볼만 하겠다는 야심을 품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바이든 정부가 존 볼턴을 비롯한 부시정부와 트럼프 정부의 강경파들이 쓰던 'CVID'나 'FFVD' 같은 용어들 대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용어를 사용한 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김정은과의 만남에 대한 질문에서 보듯, 조건없는 만남 보다는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확인되어야 하고, 국무장관 등 외교라인을 통한 교섭과 검토를 강조하는 것으로 봐서는, 트럼프 식의 '탑다운'이 아닌, 전통적인 '바텀업' 방식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탑다운 방식은 쉽지 않은 정상회담을 두번이나 가능하게 하는 돌파구의 성격은 있었으나, 구체적인 로드맵과 협상의 조건이 합의가 되지 않은 채 만났을 때, 하노이처럼 회담이 깨져버리는 한계가 있었다. 하노이 처럼, 외교관료들을 통한 구체적인 합의가 없이 정상들이 직접 만나 줄다리기를 하는 경우는 매우 예외적이고 황당할 정도였다. 정상회담은 이미 정치적인 부담이 크기에 실패할 수 없는 자리이고 그렇기에 미리 합의사항이 정리되어 있고 그렇지 않다면 회담 자체가 열릴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바텀업 방식은 정상회담이라는 화룡점정까지 오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구체적인 합의를 하다가 결렬되거나, 협상국의 국내정치적 변화로 협상이 중단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문재인 정부 임기내에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내려면 빠른 시일내에 협상이 진행되어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향한 보다 확고한 협상의지 표명이나 조건 없는 대화 제안, 북한을 끌어낼 당근 제안 등까지 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일단 이 정도 입장을 밝힌 것을 보면, 이미 물 밑에서 상당한 접촉이 오가면서, 북한에 대한 대화 초청이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바이든 정부가 들어설 때, 대북정책에 있어 빌클린턴의 길을 갈 것인가, 오바마의 길을 갈 것인가의 선택지가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우리는 오바마가 대북정책에 이룬 것이 없다고 비판하지만, 사실 당시에는 북한도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의 권력이양기라 외부로 협상할 의지가 없었고, 무엇보다 북한 붕괴론을 믿는 이명박, 박근헤 정부가 북미 대화를 원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이란과의 협상으로 포커스를 바꾼 것이었다. 반면 클린턴 때는 특히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 된 후, 양 정상이 환상의 호흡을 보이며, 임동원 프로세스라고도 불린 페리프로세스와 6.15 정상회담, 북미공동코뮤니케 등의 성과를 냈던 것이다. 

김정은이 하노이 회담 이후 단단히 화가 나 있는데, 2020년 6월에는 판문점선언에 의해 설치되었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해 충격을 주었고, 지난 3월 미국의 대화 제안에도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지않으면 미국의 접촉 시도를 계속 무시할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아마 북한도 한미 정상회담을 지켜보며 엄청난 계산을 하고 있겠지만, 생각해 보면 트럼프 정부하의 최종적 협상 실패는 안타깝지만, 현재의 상황이 엄청난 기회라는 것을 김정은도 인식하고 협상으로 나와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대북전단살포금지를 법제화 하는 등, 북한을 향한 성의를 보이고 있고, 결국 한미 정상회담에서 치열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인 것도, 북한이 다시 한번 회담의 장으로 나아올 기회를 준 것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문제는, 각 국가의 정부와, 국내정치, 그리고 국제환경이라는 여러가지 변수가 작용하는 고차방적식이다. 그렇기에 운과 타이밍도 맞아야 하고 치열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 종종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의 차이가 모호할 때도 있으나, 그래도 결국 협상으로 북미관계를 풀고자 하는 측은 미국의 민주당이다. 예를 들어 트럼프가 북미 협상을 진행하던 시기에도 미 의회에서 종전선언 결의안(2020년 7월)에 찬성한 이들은 47명 모두 민주당 의원들이었다. 즉, 현재와 같이 미국에서 민주당이 행정부를 차지하고, 남한에 민주 개혁정부가 유지되고, 펠로시 하원 의장과의 만남처럼 미 하원도 민주당이 지배하는 이 시기가, 영어로 표현하면 “All the stars are aligned” 즉, 별들이 한 방향으로 정렬한 것처럼 필요한 조건들이 딱 맞아떨어진 시기일 수 있는 것이다. 만일 한국이나 미국에 국내정치적인 변화로 정권이나 권력구도가 바뀌면 언제 이러한 기회가 돌아올 지 모른다. 또한 장기적으로 미중 패권 갈등이 신냉전으로 고착화 된다면, 한반도는 다시 양 강대국의 원심력에 끌려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 협력 및 평화를 위한 구심력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기회의 창이 닫히기 전에 남북미가 다시 한번 협상장에 모여야 하는 이유이다. 

4. 마치며

많은 분들이 이미 언급한대로, 미사일 지침 폐기로 미사일 주권을 가져온 놀라운 업적이나 전작권 회수 의지 확인, 원자력 기술 사용과 관련된 제반 사안에 대해 긴밀히 협력, 55만 한국군 장병 백신 지원, 백신 기술 제공으로 한국이 백신을 대량 생산하는 백신 허브로 자리매기 한 것, 반도체 전기 배터리 분야 공급망 강화 협력, 민간우주탐사, 그린에너지, 5G 및 6G, 해외 원전시장 공동 진출 협력 강화,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공조, 등, 놀라운 성과들을 얻어온 이번 정상회담이라 하겠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한미 정상회담의 논의 범위가 전세계적인 이슈들을 포함하고 그 범위가 매우 광범위 하다는 것이다. 한국이 더 이상 동북아 지역 문제의 하위 파트너가 아닌 미국의 글로벌 정책의 주요 파트너라는 점이 확인 되었다. 

삼성200억 달러, SK, LG 총 44조원 투자 약정에서 보듯, 한국이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 미국과 원하는 것들을 주고 받으며, 대화와 협상을 통해 외교적 목표를 이뤄갈 수 있는 새로운 관계에 도달했고, 한국의 위상이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높이 올라간 시점이 아닌가 한다. 이는 민주주의 인권국가라는 정치적 자산과 우리가 가진 경제력과 기술력, 문화적 역량 등이 결합한 결과이다. 우리 국민들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루고, 촛불혁명을 통해 문재인 정부를 창출해 낸 자부심을 누릴 자격이 있다. 

기쁜 마음으로 정상회담의 성과를 돌아보며, 다시 한번 문재인 표 외교 역량을 남은 임기 동안 최대한 발휘해 주시기를 기대하고, 북미관계, 남북관계의 돌파구가 생기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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