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엽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둘러싼 이론적, 정치적 논쟁 1
: 현실주의 이론가들의 주장과 그에 대한 반론

​2022/04/27 이인엽



이번 학기에 국제정치이론 입문 수업을 가르쳤는데, 학기 중반부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었다. 21세기에 이런 전쟁과 엄청난 민간인 피해가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안타깝게 지켜보았고, 동시에 학생들과 그동안 배운 이론을 어떻게 적용할 지 토론을 했다.
역사적, 정치적 배경부터 들어가면 매우 방대한 주제이고, 본인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지역 전문가가 아니므로 한계는 있지만, 그간 수업과 토론을 위해 찾아본 자료들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글을 하나 써보려 한다.
특히 학자들과 언론, 그리고 주요국들이 이번 사태를 해석하는데 있어서, 몇가지 논점에서 대립된 의견들을 볼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주제들이다.

1) 국제정치 이론 논쟁: 어떤 이론이 이번 사태의 배경과 현황을 설명하고, 향후 전망을 예측하는데 효과적인가?
2) 정치적 윤리적 책임 논쟁: 이번 사태의 배경을 분석할 때, 나토(미국과 유럽)와 러시아 사이에서 누가 더 큰 책임이 있는가?
3) 전쟁 과정에 대한 논쟁: 러시아의 군사 작전은 성공적인가? 최종적으로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

세번째 질문은 본인이 무기/군사문제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답하기 어려울 것 같고, 첫번째와 두번째 질문을 중심으로 글을 써 보려고 한다. 먼저, 기존의 주장을 설명하고 그에 대한 비판과 논쟁들을 소개하겠다.



1. 현실주의 국제정치 이론가들과 일부 진보세력의 분석

​국제관계 이론은 현실주의, 자유주의(이상주의), 구성주의 등이 대표하는데, 그 중에서 가장 역사가 깊고 지배적 위치에 있는 것이 현실주의이다. 투키디데스(펠로폰네소스 전쟁사), 마키아벨리(군주론), 토마스 홉스(리바이어던) 등으로 대표되는 역사적, 철학적 배경에 기초해, 국제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힘과 생존이며, 그 목표를 위해서는 윤리와 종교, 이상에 얽매이지 말고 현실적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대처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대표적인 학자들은, 인간의 권력욕을 강조하고 유럽의 다극체제를 분석한 고전적 현실주의를 대표하는 한스 모겐소, 2차대전 이후 세력균형론, 핵억지력에 기반한 양극체제를 강조하는 케네스 월츠, 월츠의 세력균형론을 수정해 위협균형론을 제시한 스티븐 월트, 그리고 월츠의 방어적(수세적) 현실주의와 대비되는 공격적(공세적) 현실주의를 제시한 존 미어샤이머 등이 있다.

현실주의와 이상주의를 대비하면, 현실주의는 전쟁과 갈등을 설명하는데 효과적이며, 자유주의는 협력을 설명하는데 효과적이라 볼 수 있는데, 이번 전쟁은 먼저 현실주의 이론을 적용할 여지가 많다.
2차대전 이후 제국주의/식민주의가 퇴조하고, 각종 국제기구가 설립되고, 세계무역이 확대되었고, 공산권이 몰락하며 세계화, 민주화가 확산되는 등, 안정적인 국제 체제가 유지되어 과거와 같은 침략전쟁은 쉽지 않다는 다소 낙관적인 시각이 존재했다(물론 9/11 사태나 미국의 중동 개입 등의 분쟁도 있었다). 그런데 러시아가 자신을 직접적으로 공격하지 않은 약소국 우크라이나를 전세계가 보는 앞에서 수도인 키이우를 포함 세 방향에서 침공한 것은 큰 충격을 주었다.
결국 국제질서는 근본적으로 ‘무정부상태(anarchy)’요, 그 안에서 생존을 위해서는 충분한 힘을 갖거나 확고한 동맹이 필수라는 것을 현실주의자들은 강조한다. 자기중심적인 국가들의 성향상, 국제 관계는 나의 이익은 곧 상대의 손실, 상대의 손실은 나의 이익이라는 ‘제로섬게임(zero-sum game)’이 되고, ‘절대적 이익(absolute gains)’ 뿐 아니라 , ‘상대적 이익(relative gains)’에 민감하게 된다. 결국 나의 생존을 위한 노력이 주변국에 위협을 초래하고 군비경쟁을 가속시키는 ‘안보 딜레마’가 발생한다.
학기 초반에 다루고 넘어가는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 나오는 멜로스의 대화나,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패권경쟁을 다룬 투키디데스의 함정 같은 개념들이 지금도 널리 회자되는 것은 국제정치의 본질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스파르타에 우호적이었고 중립을 원했던 멜로스인들과 아테네인들과의 대화는, 결국 약소국은 자신을 지킬 충분한 힘이나 유사시 자신을 지켜줄 확고한 공식적인 동맹관계가 없다면 생존을 지키기 어려움을 보여주는데, 나토에 가입은 하지 못하고 러시아의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의 경우에도 정도 적용 가능하다.

결국 현실주의자들은 나토의 확장,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 시도가 러시아의 안보위협을 고조시켜, 러시아가 선제공격(preemptive strike) 혹은 예방전쟁(preventive war)을 시작 했다고 설명한다. 선제공격과 예방전쟁은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러시아가 이번 전쟁은 나토와 우크라이나가 가하는 임박한 위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방어 차원에서 공격했다고 주장하면 ‘선제공격’이라는 개념을 적용할 수 있고, 위협이 임박한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해서 나토군이 러시아 국경까지 들어오면 이후 손을 쓸 수가 없기 때문에, 그 전에 미리 공격한다고 해석한다면 ‘예방전쟁’의 개념을 적용할 수 있다.

​‘억제(deterrence)’와 ‘강제(Compellence)’의 개념도 중요한데, 억제는 확고한 보복 능력 (예를 들어 냉전기 핵무기에 의한 상호확증파괴)을 갖춤으로서, 상대의 도발을 방지하는 것이고, 강제는 강력한 위협으로 상대의 행동을 바꾸고 협박에 따르게 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을 필두로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 침공 이전에 경제제재를 중심으로 많은 경고를 했으나 결국은 억제에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이미 2014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를 겪었으나 그 효과에 한계가 있었고 회피 수단들을 준비해 왔기 때문에, 명확한 군사적 개입을 통한 우크라이나 방어 의지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제재 만으로 억제효과를 발휘하기는 어려웠다. 자유주의 파트에서 더 다루겠지만 미국과 유럽은 개전 이후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결제망(SWIFT)에서 퇴출 시키는 등, 유래 없는 초강력 제재를 통해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는데, 이미 ‘억제’가 실패한 상황에서 이는 러시아가 전쟁을 중단하도록 압박하는 ‘강제’ 행위라 할 수 있다. 토마스 셸링 같은 학자는 강제는 억제보다 더 어렵다고 주장했는데, 억제의 경우 대상국이 침공같은 행위를 하지 않는 원인이 자의적 선택인지 위협에 굴복한 것인지 모호하나, 강제에 따라 행동을 바꾸면 위협에 굴복한 것이 명백해지고 국가적 위신을 잃게 되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푸틴의 경우에도 자신의 목적을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서방의 압력에 굴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보다 구체적인 학자들의 논의를 살펴보면, 이번 사태에 대해 스티븐 월트와 존 미어샤이머 교수가 현실주의를 대표해 목소리를 내 왔다. 이들의 공통점은 강대국 국제정치의 세력균형이라는 구조적인 측면에서 이번 사태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케네스 월츠가 자신의 저서 ‘인간, 국가, 전쟁(Man, the State, and War)’에서 전쟁의 원인을 1) 개인, 2) 국내 체제, 그리고 3) 국제체제라는 세 가지 이미지(분석수준)로 구분 한 이래, 현실주의자들 특히 구조적 현실주의자들은 1, 2차 이미지 보다 3차 이미지인 구조적인 요소로 국제관계를 설명해 왔다. 이건은 국제관계의 핵심을 요약하는 장점이기도 하고, 힘과 구조 외에 다른 요인들을 생략/무시하게 만드는 현실주의의 한계이기도 하다.

스티븐 월트와 그의 글 

스티븐 월트는 2014년 경의 유로마이단과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그리고 돈바스 전쟁 발발 이후, 2015년 2월9일 외교잡지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에 “Why arming Kiev is a Really, Really Bad Idea (키예프를 무장시키는 것은 왜 정말로, 정말로 나쁜 아이디어인가)”라는 글을 기고했다. 그 글에서 월트는 미국이 친러반군에 맞서는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을 하는 것에 반대했다. 그는 자신의 위협균형론에서 국가의 동맹정책은 힘의 균형 뿐 아니라, 위협의 균형을 통해 이뤄진다고 주장했는데, 위협을 결정하는 것은 단순히 물리적 군사력 뿐 아니라, 공격적 의도, 그리고 지리적 근접성 까지 포함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는 역사적으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깊이 연결되어 있고, 지리적인 요인으로 인해 미국과 서방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상황을 핵심적 국가이익으로 규정한다고 말한다. 군사 개입이 상대의 도발에 대한 억지효과를 강화할 경우가 있고(deterrence model), 반대로 안보딜레마의 악순환을 촉발할 수 있는데(spiral model), 미국의 개입은 후자가 되어, 벌집을 휘젓는 자충수가 될 것으로 경고했다. 또한 미국의 개입으로 러시아와 적대 관계가 강화되면, 러시아와 중국이 가까워 질 수 있어 미국의 세계 전략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월트가 세력균형론을 수정했듯이, 세력균형론 같은 합리적행위자모델을 수정해서 나온 이론 중에 ‘기대이론(전망이론 Prospect theory)’라는 것이 있는데, 이번 사태에 적용점이 있다. 국가는 같은 양의 ‘이익’보다 ‘손실’에 더 민감하며, 이익 프레임에 있을 때는 신중한 반면, 손실 프레임에 있을 때 (즉 자국이 생각하는 기준점에서 손실을 본다고 판단할 때) 더 공격적이고 위험한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냉전 종식 후 나토와 유럽연합이 계속해서 동진을 하면서 구 소련의 동유럽 위성국들을 넘어 구 소련 연방국들까지 나토로 넘어가고 있는데, 러시아의 관점에서(혹은 냉전기 KGB 요원으로 세계를 양분하던 소련의 영광을 기억하는 푸틴의 관점에서) 자신의 전통적 영향권에 속했고, 국경을 접하고 있는 뒷마당인 우크라이나가 나토로 넘어갈 상황은, 엄청난 손실 프레임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는 푸틴이 국제적 비판이나 경제제재를 무릅쓰고라도 전쟁이라는 초강수를 선택한 상황을 설명하는데 효과적이다.

미어샤이머와 그의 글

존 미어샤이머는 현실주의자로 이번 사태에 가장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2014년 포린 어페어스에 “Why the Ukraine Crisis Is the West’s Fault: The Liberal Delusions That Provoked Putin(왜 우크라이나 위기는 서방의 실책인가: 푸틴을 자극한 자유주의적 망상)"이라는 글을 기고 했다. 그는 강대국들의 권력 투쟁이 국제관계를 지배하며, 약소국의 자결권 등은 현실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는 “강대국 정치의 비극”으로 국제관계를 설명한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사태는 서방(미국과 서유럽)과 러시아 간의 권력 투쟁의 산물로 규정한다. 특히 이번 사태는, 서방이 힘의 균형에 기반한 신중한 현실주의 정책이 아닌, 자유주의(이상주의)적 망상(?)에 따라 민주주의 확산, 경제적 상호의존 심화, 국제기구 확장이라는 목표를 무분별하게 추진하며 나토와 유럽연합을 동쪽으로 확장하다가 푸틴의 러시아를 과도하게 자극해서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지정학 입문 수준의 지식만 적용해도, 우크라이나는 평탄한 지대로 과거 나폴레옹, 독일 제국, 나치 독일 모두가 러시아로 침략하는 통로가 되어왔는데, 이런 점에서 푸틴이 느끼는 안보위협감은 충분히 예상 가능했고, 나름의 정당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1990년 고르바쵸프의 소련이 독일 통일을 눈감아 준 대신, 미국은 나토를 동쪽으로 확장하지 않겠다는 구두 약속을 준 적이 있으나 (이 부분은 러시아와 미국의 주장이 엇갈림), 이후 나토는 지속적으로 동진했다. 1990년대 중반 자유주의적 사고에 기반한 클린턴 정부가 NATO확장에 시동을 걸었고, 1999년 체코, 헝가리, 폴란드가, 2004년 불가리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가 가입했다. 2008년 부시 정부는 부카레스트 정상회담에서 조지아(그루지아)와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을 지지했으나 프랑스와 독일은 우려를 표시 했었고, 당시 푸틴은 러시아와 인접한 두 국가의 가입은 러시아에 직접적인 위협이며, 나토 가입을 추진하면 우크라이나는 사라질 수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후 부시 정부의 지원을 받은 조지아가 남오세티야를 비롯한 분리주의 지역을 합병하려고 하자 러시아가 개입해서 일방적인 승리를 거둔 바 있다. 2009년에는 알바니아와 크로아티아가 나토에 가입했다.

나토 가입국 확장사

EU 가입국 확장사 

​미어샤이머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가 아닌 친 서방 정책과 나토가입을 추진하게 된 것을 미국의 개입과 공작의 결과로 보는데, 미국은 1991년 이래 50억 불 이상을 우크라이나 민주화 지원에 투입했으며, 야누코비치의 친러시아 정책에 반발해 일어난 2014년 유로마이단 혁명도 이런 미국의 개입과 우크라이나의 민족주의자, 신나치세력 등의 봉기로 일어난 사건으로 설명한다.
결국 미어샤이머는 서방이 무모하게 나토를 확장하고 우크라이나를 친서방 정책으로 유도한 결과, 한계에 다다른 러시아가 반발한 것이 이번 사태이며, 이 와중에 서방의 무책임한 정책 조언에 따른 우크라이나는 막대한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했고, 유일한 해결책은 우크라이나를 중립국화 하여 나토와 러시아 사이에 완충지대로 만드는 것이라 주장한다.

​미어샤이머 외에도 현실주의자들이 비슷한 의견을 개진한 경우가 많다. 소련의 팽창 정책을 경고하고 봉쇄정책의 물꼬를 열은 유명한 조지 케넌은 1998년 인터뷰에서 나토의 확장에 소련이 반발할 것을 우려하기도 했었다. 전통적 세력균형 현실주의자의 대표 격인 헨리 키신저도 2014년 인터뷰에서 “서방세계는 러시아에게 우크라이나는 절대 외국일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우크라이나는 (냉전기 상대적 약소국으로, 생존을 위해 인접한 소련의 요구에 맞춰준) 핀란드와 비슷한 노선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미어샤이머의 진단과 대안

흥미롭게도 현실주의 이론과들과 입장은 다른데, 진보적인 분석가들, 특히 미국에 비판적인 진보 학자들이 이들과 거의 유사한 주장을 하고 있어서 흥미롭다. 노암 촘스키 같은 경우 여러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NATO와 서방에 접근하는 것은 러시아의 입장에서 절대 용납할 수 없을 거라 지적했다. 국내에서는 한신대의 이해영 교수가 이와 유사하며 다소 러시아측의 입장에 공감하는 듯한 주장을 해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물론 현실주의자들은 현재 미국의 우크라이나 정책이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다는 차원에서 비판하는 것이고, 진보주의자들은 미국의 패권주의/팽창주의 정책을 비판한다는 점에서 그 의도는 다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분석 방식이 거의 유사하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노암 촘스키의 설명


이해영 교수의 칼럼:

 

[이해영 칼럼] 서방 언론은 허구였다! 러시아 뜻대로 끝나가는 전쟁 | 피렌체의 식탁

✔ 처음도 끝도 러시아를 위한, 러시아에 의한 전쟁으로 진행   ✔ 휴전 조건으로 유력시되는 6개항은 대부분 러시아 요구사항  ✔ 전투는 러시아의 중규모 대대단위 전술의 승리로 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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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한 박성현의 비판

 

[박상현 칼럼] 푸틴이 건넨 빨간약 | 피렌체의 식탁

러시아 당국자들, 제3자적 국가들의 입장을 중점 소개한 이해영 필자의 칼럼에 반응이 뜨거웠다. 단일칼럼으로서는 역대 최고의 조회수에 육박한다. <피렌체의식탁>의 오랜 기고가인 박상현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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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영 교수의 답변

 

[이해영 칼럼] 우크라이나-‘매트릭스’ II | 피렌체의 식탁

<피렌체의식탁>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지면을 할애한 것은 이 전쟁이 강건너 불이 아니라고 봤기 때문이다. 선과 악의 싸움은 부차적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11일 한국에 살상용 무기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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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비판

이러한 주장에 대해 이론적, 정치적, 윤리적 차원 등 여러가지 면에서 비판이 가능하다.
먼저 이론적으로 보면, 이러한 강대국 중심의 구조결정론은 세력 균형이라는 중요 변수를 중심으로 큰 그림을 보여주지만, 그 외의 요소들을 너무나 손쉽게 생략하는 면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나토의 과도한 확장이 문제라고 인정하더라도, 그 선택은 미국과 나토가 강제한 것이 아니라, 가입국들의 독립적이 선택으로 이루어 졌다는 것이다. 강대국들의 영향력에만 집중해, 독립 국가들의 민족자결권과 선택이라는 요인을 무시해버린 오류이다. 또한 왜 과거 소련의 위성국가였던 동유럽 국가들과, 심지어 구 소련 연방국에서 독립한 국가들 조차, 러시아가 아닌 나토와 유럽연합에 속하기를 원했는가에 대한 원인 분석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 미국과 유럽 사회나 외교정책에도 문제가 있지만, 결국 이들 국가들에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자유와 인권이라는 체제와 가치들이 상대적으로 푸틴의 러시아가 보여주는 권위주의 독재체제보다 매력적이었고, 이들이 국내 여론을 수렴해 이러한 선택을 내렸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토와 유럽연합의 확장은, 현실주의자들의 주장처럼 서방과 러시아의 힘의 대결 속에 이들 국가들이 단지 군사동맹국을 선택하는 문제를 넘어, 가치와 이념, 체제를 선택하는 문제였다는 점이다. 결국 구조주의적 현실주의는, 민주주의 국가 체제 같은 국내적 요인(2차 이미지), 그리고 군사력과 세력균형이 아닌 관념적 요소들(이념, 규범, 가치들)을 무시하는 문제점을 보여준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Winter on Fire

우크라이나의 경우를 잘 보여주는 것이 93일간 벌어진 유로마이단 혁명을 묘사한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Winter on Fire: Ukraine’s fight for freedom (2015, 불타는 겨울: 자유를 위한 우크라이나의 투쟁)”이다. 다큐가 다소 친 우크라이나 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내용을 보게 되면, 구조주의적 관점에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야누코비치의 친러시아 정책에 반발한 것은, 우크라이나의 시민들, 특히 젊은 세대가 러시아가 아닌 유럽이 상징하는 가치들을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 선택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이들의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시위를 야누코비치의 지시에 따라 경찰들이 잔혹하게 진압하고 발포까지 하게 되면서 125명의 사망자가 나고 65명이 실종되며 1890명이 부상하는 등 사태가 악화되었다. 이 와중에 우크라이나 정교회 등 기독교인들과 유대인 무슬림 등 다양한 종교인들도 종교적 차이를 초월해 시민들의 편에 섰다. 결국 불안을 느낀 야누코비치가 키이우를 떠나 도피하면서 정권 교체가 일어났음을 보여준다. 다큐를 보게 되면 아무래도 한국인들은 촛불시위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경찰의 잔혹한 폭력이 진행되자 기도하며 시위하는 우크라이나 시민들

​이런 우크라이나 인들의 선택을 간과하거나 폄하하는 쪽에서는 앞에서 언급했듯 우크라이나에 친서방정책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개입이 있었다거나, 극단적인 반러시아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신나치세력이 개입했다는 주장을 편다. 그런데 설령 그런 요인들이 있었더라도, 목숨을 걸고 혁명에 참여한 다양한 우크라이나 시민들 모두 미국에 세뇌되었다거나, 아니면 그들이 모두 신나치세력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역사적으로 우크라이나가 주변 강대국들인 폴란드, 나치, 소련의 침략, 혹은 지배를 받으며, 자생적인 극우 민족주의자들이 존재해온 것은 사실이고, 아조프 연대 같은 조직은 신나치문양을 사용하거나2014년 이후 돈바스 전쟁에서 잔혹행위를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기도 하지만, 이 사실만으로 다양한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선택을 신나치의 쿠테타 정도로 규정해 버리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이다. 젤렌스키 대통령 자체가 유대계이며, 2019년 우크라이나의 극우 정당들이 받은 지지는 2%도 되지 않는다는 통계가 있다.

또한 신나치세력의 존재라는 한가지 요소만 강조하면, 우크라이나 침공을 나치를 제거하기 위한 전쟁으로 규정하는 푸틴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일 위험성도 있다. 러시아는 2차대전시 나치독일의 침략으로 끔찍한 고통을 겪었는데, 그렇기에 푸틴은 나치에 대한 반감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우크라이나를 악마와 하며 침략전쟁을 합리화 하고 있다. 심지어 한 모스크바 시의회 의원은 우크라이나 뿐 아니라, 카자흐스탄, 몰도바,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등 6개국도 ‘탈나치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는데, 이런 논리라면 러시아는 ‘탈나치화’라는 슬로건을 주변국을 마음대로 공격할 자의적인 명분으로 활용할 위험성이 있다.

6개국에 대한 탈나치화를 주장했다는 트윗

탈나치화로 우크라이나 침공을 합리화하는 푸틴의 주장을 비판하는 독일 대사관의 트윗

​이론적인 차원에서 또 하나 비판을 하자면, 미어샤이머나 월트 같은 경우는, 현실주의 이론을 증명하고 자유주의(이상주의)를 반박하는데 지나치게 집중하고, 현실주의가 아닌 다른 이론을 하나로 치부하고 단순화 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이들은 부시정부를 주도했던 ‘신보수주의자들(네오콘)’과 빌 클린턴이나 오바마 같은 전통적인 민주당의 ‘자유주의’ 국제정치 노선을, 손쉽게 자유주의적 개입주의로 묶어서 비판하는 경향이 있다. 양자가 궁극적으로 미국식의 민주주의, 시장경제, 인권과 같은 가치를 확산하는 것을 강조한다는 공통점이 있으나, 네오콘은 이라크 전 처럼 군사 개입을 통한 정권교체라는 방식을 통해 목표를 이루다가 중동 개입 20년이라는 대 참극을 가져온 반면, 전통적인 자유주의 노선은 다자주의 외교와 국제기구, 그리고 동맹관계를 통한 접근을 선호하는데, 이를 하나로 치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현실주의에 따르면 가치나 이념, 체제를 배제하고 힘의 균형만으로 외교정책을 짜야 하는데, 미국이 그렇게 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정치적, 윤리적인 문제도 있는데, 구조주의적 설명이 어느 정도 적실성을 갖고 푸틴의 러시아가 느끼는 위협인식을 설명해주는 면이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자신을 직접 침공하지 않은 인접국을 수도를 포함해 세 방면으로 공격해 들어가 수많은 인명피해를 일으킨 푸틴의 선택까지 합리화 해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구조적인 세력균형 문제가 이번 사태의 배경이라 하더라도, 푸틴의 전쟁 개시에 대한 필요충분 조건이 될 수는 없다. 미국과 유럽이 일정 정도 책임이 있더라도, 푸틴에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전 외에 다른 선택들이 불가능 했다고 볼 수는 없고, 전쟁 개시의 주요 책임은 일차적으로 푸틴이 져야 한다는 것이다. 비교하자면 과거 한국전쟁의 책임에 대해 운동권 사이에 존재하던 남침유도설이 냉전 후 공개된 동구권 문서들에서 김일성의 주도적 역할이 밝혀지면서 반박된 것과 유사한 구도라 하겠다. 아무리 역사적, 정치경제적 사회적 배경을 강조하더라도, 실제 전쟁을 준비하고 공격명령을 내린 이가 전쟁 발발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부정하기 힘들다.

​이 외에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미어샤이머의 경우 중국위협론에 기반한 중국견제를 강조해 왔는데, 상대적으로 러시아는 큰 위협으로 보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는 점이다. 월트도 2015년 글에서 러시아가 여러 면에서 쇠퇴하고 있다고 보면서 굳이 자극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고, 미어샤이머도 러시아보다 중국이 미국에 훨씬 위협적이라고 주장해 왔다. 미어샤이머는 과거 2002년 버클리 대학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세력균형이론을 적용하며, 중국이라는 강력한 공동의 적(혹은 경쟁자)이 부상하면서, 미국-인도, 그리고 미국-러시아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 바도 있다.

이런 점은 트럼프의 정책과도 연결되는데, 과거 오바마의 경우 Pivot to Asia(아시아로의 회귀) 정책을 추진하긴 했으나, 중국과 직접적인 대립각을 세우지는 않은 반면, 트럼프는 선거기간 부터 중국 때리기로 일관하며 중국과의 전면적인 무역전쟁을 추진했고, 상대적으로 러시아와 푸틴에 대해 호의적인 발언들을 여러차례 했었다. 트럼프는 전통적 현실주의자라기 보다는 고립주의적 일방주의자에 가깝지만,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트럼프의 입장은 미어샤이머와 유사한 면이 많다. 미어샤이머는 중국의 경제성장은 군사력 강화, 패권국 지위 추구와 미국에 대한 도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의 경제성장을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런 주장의 연장선상에서 트럼프의 무역전쟁도 동조하는 입장이었다.

역시 흥미롭게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초기에, 트럼프 전대통령이 인터뷰에서 푸틴의 행동이 ‘천재적(genius)’이며 ‘스마트(smart)’ 하고, 평화유지자로 우크라이나에 개입하고 있다며 칭찬하는 동시에 바이든을 깎아내리는 발언을 해 큰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비난이 쇄도하면서 철회하기는 했지만, 푸틴과 러시아에 대한 트럼프의 입장을 볼 수 있는 사건이었다.

푸틴의 침공을 천재적이고 스마트하다고 칭찬해서 엄청난 물의를 일으킨 트럼프의 발언 

주제가 너무 커질 수 있지만, 미국 입장에서 중국과 러시아 중에 누가 더 위험한가는 논란이 있는 이슈이다. 국력이나 위협을 규정하는 기준에 따라 판단이 다르겠지만, 경제력은 중국이 비교할 수 없이 강력하나,
핵무기를 비롯한 현재 군사력만을 보면 러시아가 중국에 앞서있는 것이 사실이고,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을 통해 러시아가 더 공격적이라는 판단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경제력에만 초점을 맞춰, 중국을 최대의 위협으로 규정하고 상대적으로 러시아와의 타협을 주장하는 듯한 현실주의자들의 입장에 비판이 가능하다.
문제는 트럼프 시기 중국에 대해서는 과도한 때리기로 적대관계가 구축되어 버렸고, 미국이 20년간 중동의 늪에 빠져 헤메는 가운데, 조지아, 시리아 등지에서 자신감을 쌓은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대담한 결정을 내리고 서방과 러시아 관계가 최악이 되면서, 결과적으로는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 모두와 적대관계를 경험하고, 두 국가는 서로 접근해 반미 블록을 결성하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 과거 냉전 중반기 키신저의 정책으로 중국과 화해하고 소련을 고립시킨 것은 냉전의 승리에 크게 작용했는데, 이제 중국과 러시아가 연합해 미국과 적대하면, 미국으로서는 상당히 나쁜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앞서 말한 대로 일부 진보 논자들도 현실주의와 유사한 관점으로 사태를 보고 있는 것이 흥미로운데, 이에 대해서도 많은 비판이 일고 있다.
진보는 미국의 패권주의적 행태를 비판해 왔는데,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대표적이다.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알카에다-후세인 정부의 연계 가능성, 대량살상무기 존재 가능성 등에 대한 정보 왜곡이 드러나면서 전쟁 명분도 없었고, 이라크 측과 미군측에 수많은 희생자를 내고 그 반작용으로 ISIS가 부상하는 등, 대재앙을 경험했다. 그런데 이런 미국의 행태를 비판했던 일부 진보 인사들이 서방의 간접적인 책임만을 강조한 채, 전쟁을 개시한 푸틴과 러시아의 직접적인 책임에 대해서는 눈감거나 심지어 합리화 하는 듯한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미국의 패권주의를 비판할 점은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기에만 매몰되어, 중국이나 러시아의 패권주의, 인권유린에는 눈을 감는다면 그것은 이중 잣대가 될 수 밖에 없다.
또한 미국 패권주의를 비판하던 일부 진보가, 가장 ‘미국 중심적, 강대국 중심적’인 시각으로 국제정세를 설명한다는 문제도 있다. 약소국인 우크라이나의 자결권이나 강대국 러시아에게 핍박 받는 상황을 무시하고, 유로마이단 혁명 등 다양한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민주적으로 의사표현 한 것을 일부 신나치세력이나 아조프 연대 등 부분적인 요소만가지고 쿠테타로 폄하하는 것을 과연 진보라 할 수 있는가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2017년 푸틴과 만나는 프랑스의 극우 정치인 마리 르펜

​또 하나 한국에서는 많이 언급되지 않지만 중요한 부분이 있다. 현실주의자들이나 일부 진보주의자들은 서방이 자신들의 이념과 체제, 국제기구를 동유럽과 구소련 국가들에 무분별하게 확장시켜 왔다고 비판하지만, 러시아가 상대 진영에 개입하고 조작, 선동을 한 것도 만만치 않다. 특히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 극우 민족주의, 포퓰리즘, 신나치주의 등이 힘을 얻고, 극우정당 정치인들이 의회에 진출하거나 심지어 정권을 잡는 사태들이 벌어졌는데, 이 배후에 푸틴과 러시아가 있다는 것이다.

​2008년 러시아가 조지아에 개입했을 때 동유럽의 극우 세력은 러시아를 지지했다. 2013년 헝가리 극우정당의 지도자들은 모스크바를 방문해 러시아 두마 지도자들과 친목을 과시했다. 2012년 불가리아의 신나치 정당 지도자는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의 60세 생일을 축하하고 그에게 존경을 표시했으며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에는 대러시아 제재에 대한 참여를 강력 반대했다. 서유럽의 극우정당들을 보면, 오스트리아 자유당은 유권자 1/5의 득표로 183석 중 40석을 차지했고, 덴마크 인민당은 2001년 이후 제3당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스의 극우 신나치 황금새벽당은 18석을 얻어 충격을 주었다. 나치의 경험으로 인해 극우정당이 5%를 넘지 못하던 독일에서도, 2017년 권위주의적이며 인종주의적인 ‘독일을 위한 대안’이 13% 득표로 제3당이 되어 충격을 주었다. 최근 프랑스 대선에서 마크롱에게 패배한 프랑스의 극우 정치인 마리 르펜은, 2017년에는 마크롱에게 두배에 가까운 차이로 패배했으나 이번에는40%대로 접전을 보이며 존재감을 끌어올렸다. 우익 포퓰리즘 정당으로 시작해 극우정당으로 전환하고 있는 영국의 독립당은 한때 유럽의회 선거에서 영국 의석만 놓고 보면 1당을 차지한 적도 있었다. 2016년 트럼프의 당선도 큰 틀에서 유사한 현상이었다.

일차적으로는 이 배경에 정치, 경제적인 요인들이 있다. 세계화가 심화되고, 2008년 경제위기, 유럽국가 부채위기 등이 진행되고, 미국의 중동개입의 부산물로 대량의 난민이 유럽으로 몰려들면서, 2016년 영국이 브렉시트 투표를 진행하는 등의 요인들이다. 그러나 정보전과 선동에 능한 푸틴의 러시아가 개입하고 있다는 주장이 계속 해서 제기되었다. 러시아 입장에서 유럽의 민주주의, 시장경제, 통합이 확산되고, 동유럽 국가들이 유럽의 모델을 따라가게 되면, 자신에게 불리하기 때문에, 각국의 극우 민족주의 세력을 지원하고 유럽을 분열시켜 왔다는 것이다. 트럼프-푸틴의 협력관계 및, 2016년 트럼프의 당선을 위해서 러시아가 해킹을 통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러시아 스캔들에도 엄청난 물증들이 나왔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극우 민족주의 세력 일부는 신나치주의자들인데, 푸틴은 뒤에서 이들을 지지하고 우크라이나에서는 탈나치화를 내세우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르펜의 국민연합이 미국 제재 대상에도 올라있는 러시아 군수업체에게 총액 1200만 유로(약 161억원)가 되는 거액의 빚을 상환 중이며, 채권자 측이 상환시일을 2028년까지 늦춰주는 등, 통상적인 대출상환기간 보다 훨씬 길어서 러시아 측과 특수관계를 맺고 있다는 의혹이 일었다. 르펜은 유럽연합과 나토에 부정적이며,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와 가까워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지난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 병합에 찬성할 정도로 친러시아 성향을 보여 왔고, 마크롱은 “르펜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꼭두각시로 선택됐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극우 세력은 아니고, 독일의 경우 에너지 수요의 문제가 있긴 하지만, 양대 정당중 하나인 독일 사민당의 전 총리인 게하르트 슈뢰더는 러시아와 독일을 직접 연결하는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운영사의 주주위원장으로1년에 27만 달러, 러시아 정유회사 로스네프트의 이사장으로 연간 60만 달러를 받고 있어서, 공개된 것만 총 87만 달러(약 11억 원)를 러시아에서 받고 있다고 하며,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에도 친러시아 입장을 유지해 엄청난 비난을 받고 있다. 이 외에도 프랑수아 피용 전 프랑스 총리(2007∼2012)도 지난해 12월 러시아의 석유화학 회사 시부르 이사진에 합류했고, 에스코 아호 전 핀란드 총리(1991∼1995)와 마테오 렌치 전 이탈리아 총리(2014∼2016), 크리스티안 케른 전 오스트리아 총리(2016∼2017) 등도 러시아 회사 임직원에 있다가 최근에 물러났다.

​결국 러시아 측에서도 공개적, 비공개적인 여러가지 정치적, 경제적인 방식으로, 유럽과 미국에 상당한 영향력을 기울여 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서방 나토/유럽연합 확대만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원인으로 비난하거나, 그것만으로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합리화 하는 듯한 주장이 객관적인지 의구심을 갖게 된다.

​글이 길어져서, 이상주의(자유주의, 구성주의)적 분석과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전망은 두번째 글에서 이어갈 예정이다. To be continued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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