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엽

<트럼프 현상과 2020년 미국 대선, 그리고 기독인의 선거 참여>

이번 2020 미국 대선을 보는 기독인의 관점에 대해 '뉴스앤조이'에서 원고를 청탁을 받아서 조금 긴 글을 써봤습니다.

트럼프 현상 부터 이번 선거까지 전체적인 이야기를 정리해 보고 싶다는 욕심에, 원래 부탁받은 분량보다 글이 무한정 길어져서, 두번에 나눠져서 올리게 되었네요.

첫번째 글은 트럼프의 부상과 트럼프 정부 4년에 대한 이야기, 두번째 글은 이번 선거에 참여하는 소위 백인 복음주의자들의 행태에 대한 비판적인 분석입니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트럼프 시대는 매우 고통스러웠는데, 한번은 글로 정리해야 겠다는 작은 숙제를 끝낸 느낌이네요. 쓰고 보니 아주 새로운 내용은 없지만, 그래도 길었던 트럼프 시기를 한번 돌아보고 싶으신 분은 읽어 보시길.

트럼프 현상과 2020년 미국 대선, 그리고 기독인의 선거 참여①

: 대통령 당선부터 재선 실패까지, '트럼프 현상' 분석하다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301766

트럼프 현상과 2020년 미국 대선, 그리고 기독인의 선거 참여②

백인 복음주의자들은 왜 트럼프와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는가…신학적·정치적 논란과 맹점들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301769

트럼프 현상과 2020년 미국 대선, 그리고 기독인의 선거 참여① : 대통령 당선부터 재선 실패까지, '트럼프 현상' 분석하다




이번 미국 대선은 미국 국내적으로나 세계적으로나 관심이 매우 높았다. 트럼프의 재선 여부에 따라 국내적·세계적 정책 변화와 파장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었다. 지난 1900년 선거 이후 120년 만에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할 정도로, 보수·진보 양측이 물러설 수 없이 사력을 다한 선거였다. 이번 선거의 배경과 시사점을 생각해 보고, 선거 와중에 드러난 기독인들의 정치적 태도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살펴보려고 한다.

1. 트럼프 현상의 배경

트럼프는 개인적으로도 특이한 인물이고, 정책적으로도 타 정치인들과 차별되는 점이 많다. 특히 고립주의 외교정책과 보호무역주의에 기반한 대중 무역 전쟁 등은 기존의 공화당 정치인들과도 큰 차이가 난다. 반이민 정책, 인종 문제에 대한 트럼프의 발언들은 미국 사회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이런 트럼프가 부상해 2016년 대통령까지 되게 된 배경에는 미국 사회의 장기적인 문제들이 깔려 있다. 먼저 1980년대에 레이건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진행되고, 1990년대 빌 클린턴 정부에서 세계화가 가속화되며, 미국 산업의 근간이 제조업에서 금융·IT 등으로 전환된다. 신자유주의 고용 유연화와 함께 제조업 공장들은 먼저 미국 중서부와 북동부의 러스트벨트(Rust Belt)에서 노조가 약하고 임금이 저렴한 남부와 서부의 선벨트(Sun Belt) 지역으로 이전하고, 이후 더 싼 임금을 찾아 중국 등 해외로 이전하게 된다. 경제성장은 지속되지만,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임금은 정체되고, 노조는 약화된다.

유명한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로저와 나 Roger and me'(1989)는, 미시간 플린트에서 GM의 공장이 사라지면서 어떻게 공동체가 붕괴하고 범죄율이 치솟는지를 보여 준다. 국내에서도 관심을 끌었던 책 <힐빌리의 노래>(흐름출판)는, 이렇게 쇠락한 미국의 백인 하층민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 없이 가난과 약물중독에 찌들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주기도 했다.

여기에 더 충격을 가한 것은 조지 W. 부시 정부 시기에 벌어진 두 가지 큰 사건이다. 9/11 테러 이후 아프간전을 시작한 부시 정부는, 충분한 근거나 정당성 없이 9/11과도 무관하고 결국 대량 살상 무기도 발견하지 못한 이라크 침공을 결정한다. 후세인 정권을 쉽게 무너뜨렸지만, 후세인을 지지하던 수니파와 다수의 시아파 사이에 내전이 발생하고, 주변국들까지 가세하면서 이라크는 대혼란에 빠져든다.

이라크 전쟁의 수렁에서 부시 행정부는 또 다른 엄청난 사고를 치게 된다. 인위적으로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월스트리트의 로비를 받아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해 버린 것이다. 신용 등급이 낮고 빚을 갚을 수 없는 이들에게 엄청난 대출이 이루어졌다. 대출 회수가 이루어지지 않자, 전체 경제의 3% 규모에 불과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이 주택 시장과, 은행과 보험업을 비롯한 전체 경제로 도미노 효과를 일으키면서 미국 경제가 붕괴할 위험에 처한다. 결국 부시 정부는 천문학적 세금으로, 경제 위기의 주범인 탐욕스러운 월스트리트의 금융 기업들을 구제해 주는데, 반면 중산층과 하위층은 집이 차압되고 실직하는 등,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된다.

금융 산업의 탐욕과 황량해진 미국 중산층의 풍경을 간접적으로 묘사한 영화 '로스트 인 더스트 Hell or High Water'(2016)의 첫 화면에 비치는 "이라크에 3번이나 파견되어 목숨 걸고 싸웠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구제금융은 없다(3 tours in Iraq, but no bailout for people like us)"는 문구는 냉소적인 중산층의 정서를 대변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Yes We Can'이라는 희망찬 구호로 등장했으나, 거대 은행과 금융 산업을 규제하려던 계획은 강력한 로비로 흐지부지되고 만다. 의료보험 개혁도 보수 정당, 언론의 공격으로 상당한 난항을 겪는다. 중동에서는 이라크에 이어 시리아에서도 내전이 시작되는데, 이 혼란 속에 이라크와 시리아의 수니파는 ISIS로 진화하며 세력을 넓혀 가고 중동 전체를 뒤흔들게 된다. 공식적으로 ISIS의 패퇴를 선언한 것이 2019년이니 거의 20년간 중동에 돈과 에너지를 쏟아 부은 셈인데, 2017년 브라운대학의 한 연구에 따르면 4조 달러가 넘는 돈이 중동에서 소모되었다는 주장이 있다.

오바마가 8년의 임기를 마치고 2016년 대선에서 공화당의 트럼프가 돌풍을 일으키고, 민주당에서는 힐러리 클린턴과 버니 샌더스가 맞붙었다. 샌더스는 위에서 언급한 경제적 문제들에 집중했다. 월스트리트의 금융 산업을 규제하고, 부자 증세로 복지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며, 전 국민 의료보험을 실시하는 등, 보다 선명한 진보 정책을 추진하기를 원했고, 이라크 전쟁 같은 무분별한 군사 개입을 반대했다.

힐러리는 영부인·상원의원·국무장관 등 다양한 경험을 갖췄고,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된다는 의미는 있었으나, 기성 정치인의 이미지가 강했다. 더욱이 미국의 경제문제에 대한 명확한 대안을 보여 주지 못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진보의 바람이 불어 기층에서 샌더스를 통한 선명한 개혁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민주당의 경선 제도는 샌더스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힐러리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고, 샌더스를 지지했던 진보층은 큰 실망을 하게 된다.

트럼프는 고만고만한 경쟁자들을 쉽게 물리치고 공화당의 대선 주자가 되는데, 백인 중산층의 좌절감을 강하게 파고들었다. 한편으로는 중국과의 무역이 불공정하다며 중국 때리기로 일자리를 미국으로 되찾아 오겠다고 공언했고, 이민자들의 증가로 미국인들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범죄가 증가한다는 식으로 반이민 정책을 표방했으며, 이라크 전쟁과 같은 군사 개입을 비판하고 미국의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고립주의를 내세웠다. 결국 어떤 방향으로든 강력한 변화를 내세웠던 것은 트럼프와 샌더스였는데, 최종 후보는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이 되면서, 경제문제와 변화를 이야기한 트럼프가 승리하게 된다.

오바마가 재선된 2012년 선거와 트럼프가 이긴 2016년 선거를 비교하면, 트럼프는 오바마가 승리했던 6개 주를 뺏어 왔다. 플로리다를 제외하고, 5개 주(펜실베니아, 오하이오, 미시간, 위스콘신, 아이오와)는 모두 러스트벨트/중서부에 해당하는 곳이었다. 즉, 인종주의적 발언 등, 트럼프에 대한 거부감이 공화당 주를 민주당으로 뒤집지는 못했으나, 경제 공약에 반응한 러스트벨트를 공화당이 가져오면서 승리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는 스티브 배넌 같은 전략가의 역할도 컸다. 그는 무분별한 규제 완화로 위기를 일으킨 부시 정부보다는, 이후 뒤처리를 하기 위해 정부 재정을 많이 지출했던 오바마 정부를 더 비판했다. 기존의 정치인들을 싸잡아 워싱턴 엘리트라고 규정하며, 공직 경험이 전혀 없는 워싱턴 아웃사이더인 트럼프 같은 사람이 미국을 구할 수 있다고 묘사했다. 사실, 트럼프는 미국의 중산층과는 전혀 비슷한 삶을 살아 본 적이 없는 1%의 일원이었음에도 말이다.

2. 트럼프 정부의 정책

그렇다면 트럼프 정부 4년의 정책은 어떠했는가? 가장 심각한 것은 반이민 인종주의 정책이다. 갑자기 중동의 7개 국가 출신에 대해 입국 금지를 내려 논란을 일으키고, 오바마가 사인했던 DACA 프로그램(16세 이전에 부모를 따라 입국해 범죄 기록이 없는 청소년들에게 추방을 유예하고, 교육과 취직, 운전면허를 허가해 주는 제도)을 폐지하겠다고 했다. 유학생들과 취업 비자 소지자들에 대한 심사나 영주권·시민권 수속 절차를 대폭 강화하고 까다롭게 만들었다.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받아들이던 난민의 숫자를 대폭 축소했고, 서류 미비 이민자들을 대대적으로 단속·추방했으며 국경 검문을 강화했는데, 심지어 이 과정에서 부모와 자식을 분리해 어린이들을 철창에 가두는 비인도적 처사까지 벌어져 많은 항의를 받았다.

멕시코인들을 대놓고 강간범이라고 묘사하는 등, 대통령이 이민자를 악마화하는 언급을 반복하자 인종 혐오 범죄가 급증했다. 주요 대도시에서는 매년 20% 증가했고, 혐오 단체들도 전국적으로 늘었다. 2017년 버니지아 샬러츠빌에서 흑인 교회에 난입해 총격을 가한 인종주의자의 혐오 범죄 이후, 남부 연합기, 남부의 리 장군 동상 등, 인종주의 상징물을 제거하는 움직임이 일어났는데, 이에 맞서 네오 나치, 백인우월주의자, 극우 세력들이 시위를 일으키고, 한 극우 청년의 차량 돌진으로 사망 사건까지 일어난다. 그런데 트럼프는 "시위대 양측에 모두 좋은 사람들이 있다(very fine people, on both sides)"라고 말하면서 인종주의 극우 세력과 거리 두기를 거부했다. 이들 상당수가 트럼프 지지자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종주의를 부추기는 대통령의 행태로, 그전까지 공공 영역에서 대놓고 나타나지 못했던 극우 세력들이 힘을 얻고 조직되기 시작했다.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건은 미국 인종 갈등의 상징이 되었다. 조지 플로이드가 식당에서 사용한 20달러가 위조지폐로 의심받아 신고된 단순한 사건이었다. 이 일로 플로이드는 저항 없이 수갑까지 채워진 상태였는데, 백인 경찰 데릭 쇼빈은 "숨을 쉴 수가 없어요(I can’t breathe)"라고 말하는 그의 목을 8분 46초간 무릎으로 압박했다. 의식불명에 빠지고 심정지로 사망하는 과정이 행인의 스마트폰에 그대로 촬영되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고질적인 인종차별을 개선하고 갈등을 풀어내기보다 시위대를 비난하기 바빴다.

이런 극단적인 정책 뒤에는 몇 가지 배경이 있다. 먼저는 '희생양 만들기'(scapegoating)로, 백인 중산층의 불만을 이민자들에게 돌리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여자와 어린이에 대해서는 보호하고 관용하는 최소한의 사회적 규범이 있다. 그러나 아이들을 부모와 분리해 철창에 가둘 정도로 가혹한 집행이 벌어졌다. 이들을 마치 해충이나 인간 이하의 존재로 묘사한 대통령의 표현에 더해, 사회적 불평등과 위기감에 몰린 미국 백인 중산층의 희생양 찾기가 작용한 것이다. 이런 모습은 마치 평소에 다소 너그러웠던 부잣집 아들이 가세가 기울면서 다른 사람에게 가혹해지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문제는 정말 이민자들과 난민들이 현재 미국의 위기를 가져왔느냐는 점이다. 사실 1980~199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은 오히려 이민을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값싼 노동력이 많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특히 중남미 이민자들은 백인들이 원하지 않는 값싼 노동력(캘리포니아의 땡볕에서 밭일을 하거나, 식당 주방일, 모텔 메이드 등)을 제공해 미국 경제의 하부를 받쳐 올려 왔다.

다른 차원에서 중남미의 이민자들이 끊임없이 들어오는 데는 미국의 과거 책임도 존재한다. 냉전기에 미국이 반공 차원에서 독재 정부를 지원하면서 벌어진 내전과 정치적 불안, 그리고 미국의 소비자들에게 들어가는 마약과 미국에서 나오는 돈과 총기 때문에 벌어지는 중남미의 마약 전쟁으로, 치안이나 경제활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생지옥이 되어 버린 나라가 많다. 결국 살기 위해 목숨 걸고 넘어온 난민의 성격도 지니고 있는데, 이들을 마치 범죄자나 해충처럼 취급하는 것이다. 그래서 뉴욕시장으로 민주당 경선에 참여했던 드블라지오는 "경제 위기를 일으킨 것은 상위 1%와 대기업들인데, 왜 이민자들을 비난하고 있냐(For all the American citizens who feel you are falling behind and the American dream is not working for you, the immigrants didn’t do that to you, The big corporations did that to you. The 1 percent did that to you)"고 일갈하기도 했다.

또 한 가지, 트럼프가 줄이려는 것은 서류 미비자나 불법 이민뿐 아니라 '합법 이민'이라는 주장이 있다. 미국의 인종별 인구 비율과 증가율을 계산하면 2044년이면 백인 인구가 절반 이하로 떨어지고, 2060년이면 백인은 전체 인구의 20%에 불과해진다는 예측이 나온다. 백인 중심 국가의 정체성이 깨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보수 공화당은 집권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진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점은 기존의 선거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1992년부터 2020년까지 8번의 대선 중 공화당 후보가 3번 이겼지만, 2번(2000년과 2016년)은 다수 투표를 받지 못하고 선거인단 제도로 겨우 이겼다. 결국 공화당이 다수 투표를 얻은 것은 2004년 단 1번뿐이다. 결국 백인 남성, 개신교 중심의 미국이라는 정체성과 공화당 집권 가능성은 현재와 같은 인구 변화가 지속되면 희박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의 당선과 정책은, 불법 이민뿐 아니라 합법 이민까지 줄여, 인위적으로 백인 중심 사회를 유지하려는 시도라는 주장이 있다. 실제로 공화당 의원들은 합법 이민을 50% 줄이자는 RAISE라는 이름의 법안을 상정한 적도 있었다. 이런 차원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구호는 '미국을 다시 백인 중심 국가로(Make America White Again)!'라고 해석되기도 한다.

대외 경제정책에서는 보호무역주의에 입각한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성공했는지는 의문이다. 중국에 타격을 주는 데는 효과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세계화로 옮겨 간 일자리를 미국으로 되찾아 온다는 구상은 현실성이 적었다. 낮은 임금을 따라 기술집약적 제조업이 옮겨 간 것인데, 그것을 다시 미국으로 가져오기도 쉽지 않고, 가져와도 임금이나 부가가치가 높지 않은 산업들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중국 제품에 부과되는 수입으로 정부 관세가 늘어난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해 그것은 미국의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매기는 것과 같고, 기업들이 미국으로 공장을 옮기는 일을 권장하기 위해 세제 혜택 등을 주는 것도 결국 세납자들의 부담으로 돌아간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예를 들어, 2018년 트럼프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문제는 실제로 미국에서 철강 산업에 종사하는 인구는 8만 명에 불과한 반면(이미 경쟁력을 잃어버림), 철강과 알루미늄을 사용하는 산업(예를 들어 자동차)에는 약 650만 명이 종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관세정책으로 원자재 단가가 올라가 후자의 산업들에 부담을 주었다. 그래서 GM에서는 고용을 감축하고, 할리데이비슨 같은 기업은 유럽의 보복관세를 피해 공장을 유럽으로 옮기겠다고 결정하기까지 했다.

또한 중서부의 농가에서는 콩을 비롯해 엄청난 양의 농산물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었는데, 무역 전쟁에 대한 중국의 보복관세로 20%의 수입이 감소하고, 관련 종사자가 정부 보조금으로 근근이 버티는 상황이 왔다. 피터 나바로처럼 트럼프 정부에 들어간 이들 외에, 주류 경제학자들 중에 트럼프의 무역 전쟁을 지지하는 학자가 거의 없다는 점도, 무역 전쟁이 어느 정도 현실성이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2020년 선거에서 필라델피아·미시간·위스콘신이 민주당으로 돌아선 것은, 2016년의 선택으로 중국에 타격을 주었을지언정, 경제적으로 확연한 이익을 보지 못했음을 방증한다고 할 수도 있겠다.

국내 경제정책은 부자들에 대한 세금을 감면해 주고, 오바마 케어를 폐지하려고 노력하고, 사회복지 예산을 삭감하는 등 전형적인 공화당의 보수주의 정책에 가까웠다. 2016년 선거에서 트럼프와 샌더스 둘 다 경제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주장했으나, 해결 방식은 상당히 달랐다. 샌더스는 경제 위기의 주범인 금융 산업을 규제하고, 부자 증세로 분배와 복지를 강화하자고 했다. 반면 트럼프는 대외적으로는 중국 때리기, 대내적으로는 반이민자 정책 등으로 외부의 적, 내부의 희생양을 찾고, 부자에게는 감세 정책을 추진했으며, 금융 산업에 대한 개혁이나 빈부 격차 해소는 실종되었다는 차이가 있다.

월스트리트 출신의 므누친을 재무장관, 석유기업인 엑손모빌의 렉스 틸러슨을 국무장관, 암웨이 가문 출신의 베치 디보스를 교육부장관으로 임명하는 등, 정부 각료들을 기업인 출신 백만장자들로 채웠다. 트럼프가 공개를 미뤄 오던 세금 보고서가 폭로되었는데, 백만장자인 그가 2017년에 소득세를 단지 750달러밖에 내지 않았다는 사실이 충격을 주기도 했다. 결국 1% 출신의 트럼프가 정말 국민들의 삶을 나아지게 했는지, 자신과 같은 부자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추진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최종적으로 트럼프의 재선에 위기를 가져온 것은 코로나19 사태였다. 11월 현재 감염자와 사망자 모두 미국이 세계 1위이며, 인구 대비 사망자를 계산해도 세계 12~13위가 되며, 전 세계 코로나19 총 확진자와 총 사망자 수의 1/5이 미국에서 나오는 등, 세계 초강대국이라는 지위가 무색할 정도로 대응에 실패해 왔다. 트럼프 정부는 책임을 면하기 힘든데, 초반에 위험성을 과소평가하고, 전문가가 아닌 대통령이 브리핑하면서 각종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확산시키고, 코로나19 이슈를 정치화하는 등 많은 문제가 있었다.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공조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심지어 봉쇄 조치를 추진하는 미시간이나 미네소타 등의 주지사에게 맞서라고 반대 시위대를 자극하는 트윗을 날리기까지 했고("liberate Michigan, Liberate Minnesota"), 심지어는 나중에 극우 조직이 미시간 주지사를 납치할 계획을 세우다 체포되기도 했다. 또한 코로나19 대응 실패에 대한 비난을 중국 정부에 전가하려고 '중국 바이러스'(Chinese virus)라는 표현을 고집해, 트럼프 지지자들의 아시아인들에 대한 인종 혐오 공격이 증가하기도 했다. 이제 거의 미국 사망자가 25만 명에 다가서고 있다. 이 숫자가 감이 오지 않는다면, 9/11사태가 100번 일어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좋겠다. 또한 1차 세계대전, 6·25 전쟁, 베트남전쟁,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걸프 전쟁의 미군 사망자를 다 합친 숫자보다도 많고, 조만간에 2차 세계대전의 미군 희생자(40만 5399명)까지 추월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모든 문제점에도, 사실 트럼프에 대한 지지층의 여론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리얼리티 쇼 경험 등을 통해 대중의 심리를 꿰뚫은 트럼프가, 학력 수준이 낮은 백인 중산층을 확고하게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들의 경제적 이해관계로 투표하는 부유층과, 정체성 문제로 트럼프에게 애착을 느끼는 저학력 중하위층이 함께 트럼프의 지지 기반을 형성하게 되었고, 반대로 일정 수준 이상의 학력과 인종적 다양성을 강조하는 이들은 강력한 반트럼프 세력이 되었다. 미국 사회는 트럼프에 대한 찬반으로 격렬한 분열을 경험한 셈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기독인들, 한인 기독인들이 보이는 입장은 어떠했는가?(계속)

[출처: 뉴스앤조이] 대통령 당선부터 재선 실패까지, '트럼프 현상' 분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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