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엽

영화와세계관4. 매트릭스 I (The Matrix): 음모의 세계관

 

2003.11.20 이인엽 

 

 

 

 

 

 

* 참고 : 여기서 다루는 매트릭스는 매트릭스 1편을 말한다. 2편 부터는 스스로 1편의 논리를 상당히 허물고 변형시켰기 때문에 1편의 논리를 적용하기 어렵다.

 

 

 

음모이론은 문화적으로는 X-file 같은 드라마나 사회적으로 IMF 경제위기 같은 통제불가능한 현상 등을 통해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세상이 권력을 가진 소수집단에 의한 음모에 의해 돌아가고 있다는 것. 더 나아가서는 내 현재 불행의 원인이, 내가 모르는 어떤 음모에 의한 것이라는 생각에, 많은 이들이 쉽게 공감했다.

 

그것은 아마도 자신의 좌절감을 외부로 쉽게 배출해 버릴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고통스런 자기 내부의 문제들을 잊게 해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문제의 근원을 외부로 돌림과 동시에 자기 내부의 모순을 보지 못하게 한다는 점이 음모이론의 맹점이라고 할 수 있다.

 

앞에서 다룬 영화 '다크시티'에서의 음모론도, ‘인간의 책임’이라는 중요한 요소를 희석시킨다.

12시만 되면 인간들은 잠에 빠지고 그 동안 외계인들은 인간의 기억을 뒤섞고 위치를 바꾼다.

주인공의 아내(제니퍼 코넬리)는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우고, 그래서 주인공이 그에 대한 분노로 여자들을 연쇄 살해하는 것으로 현실이 설정되어 있는데, 이 때문에 경찰에 체포된 주인공을 찾아온 아내가, '자신이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바람을 피워서 미안하다고 하자, 주인공은 ‘당신이 그런 게 아니야. 그들이 기억을 주입한 거야.’라고 말한다.

쉽게 말하면, 음모이론에 의해 개인의 선, 악에 대한 책임도 외부 -지배자, 구조-로 돌아가는 것이다. 동시에 그것은 통제자의 음모와 지배가 사라지면 곧 낙원이 올 것이라는 막연하고 순진한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영화 '트루먼 쇼'도 역시 외부의 음모와 통제자에 대해서 비판하고 있는데, 역시 개인의 내부 모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결국 통제를 벗어나면 자유를 얻게되리라는 기대만을 품게 만드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이러한 계몽주의의 가설이 전체주의와 공산주의의 뿌리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매트릭스의 음모론은 조금 다르다. 다른 두 영화보다 더 기독교적 세계관에 가깝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외부의 모순과 내부의 모순을 동시에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모피어스를 배신하는 사이퍼의 모습에서 이것은 잘 드러난다. 그는 진실과 거짓이 무엇인지 알았음에도, 진실을 위한 힘든 싸움에 신물이 난 나머지, 거짓의 세계를 선택한다.(이것은 노골적으로 예수를 은30에 팔아먹는 가룟 유다의 이미지를 묘사하기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매트릭스가 주는 쾌락으로 인해, 거짓임에도 그 속에 돌아가기를 원하는 것이다. 자신은 기계들을 위한 건전지가 되더라도...

 

진실을 위한 싸움에도 대가가 필요하고, 거짓을 위한 선택에도 대가가 필요하다. 그러나 어떤 것이 더 참혹한가? 거짓에 대한 대가가 아닐까? 그러나 쉽게 거짓을 선택하는 것이 인간이다.

 

결국 이러한 설정은, 매트릭스라는 ‘외부의 모순’은 쾌락에 대한 욕망으로 거짓에 굴복하는 ‘인간 내부의 모순’으로 유지되고 있음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순을 통해 힘을 얻는 통제자가 비인격적인 ‘기계들’로 설정되어있는 점도, 문제의 근원을 ‘창조자 혹은 절대자’로 돌리는 다른 영화들과는 다르다.

 

‘기계들’은 인간을 속여 가상현실 속에 살게 하고 인간을 에너지로 바꿔서 사용한다. ‘거짓’의 힘은 ‘통제’를 낳고, 통제는 ‘착취’의 힘이 된다. 거짓을 통해 이익과 권력을 얻는 집단이 있는 것이다. 이것이 시스템이 되어 세상을 돌아가게 한다. 이것이 우리 주위에 존재하는 매트릭스이다. Morpheus said, "Matrix exists all around us."

 

매트릭스는 많은 대중을 속이고 우매하게 하고 그들에게서 권리와 이익을 빼앗아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는 세력, 우리를 지배하는 힘, 사회를 포장하는 어떤 거짓된 체계, 개개인의 삶에 뿌리내린 있는 욕망과 그것이 구조화된 사회 체제를 말한다.

 

영화속의 매트릭스에서 인간들이 가상현실의 노예가 되어 세상과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보지 못하고 가상현실의 쾌락 속에 현실의 문제를 잊고 있듯이,

현실의 인간들 역시 이곳에 존재하는 ‘매트릭스’ 속에서 사회의 부조리, 부패와 타락, 억압받는 인간, 중독된 인간의 실체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매트릭스 1편은, 앞에서 다룬 영화들과 비교할때, 인간 내부의 모순과 외부의 모순을 동시에 연결선상에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구분되는 영화라고 본다.

또한 이런 점에서 단지 기독교적인 이미지 - 세례요한, 메시야, 가룟 유다, 죽음과 부활 같은 -를 사용해서만이 아니라, 영화의 내용 면에서 기독교 사상과 보다 상당부분 통할 수 있는 영화라 볼 수 있다.

 

물론 이 영화는 오락성과 메시지를 동시에 구현해 냈고, 사람들은 자신의 성향에 따라 이 영화를 액션영화로 볼 수도 있고, 철학, 종교영화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 보론 : 후속편에 대하여

 

그러나, 2, 3편을 고려하면, 전반적으로 혼합주의(동양적 세계관)와 완결적 세계관(기독교적 세계관)이 혼재하며 갈등하는 구조라 할 수 있다.

1편에서는 중간에 나타난 예언에 대한 의심과, 메시야가 아니라는 오라클의 말, 'There is no spoon' 같은 동양적인 메시지 - 등에서 동양적인 세계관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있었으나, 곧, 예언의 성취와 매트릭스에 대한 승리를 통해 직선적이고 완결적인 세계관으로 결말을 맺었다.

 

그러나 앞에서 말했듯, 2편으로 가면서 기존의 구조는 상당히 허물어지고, 좀더 혼합적인 세계관으로 바뀌었다 할 수 있다.

예언자도 프로그램의 일부라는 것이 드러나면서 기존의 완결적 세계관은 혼란을 갖게 되고, '네오'나 '시온'도 유일한 존재가아니라 여러번에 걸쳐 사라지고 재창조 되었다는 사실 등은, 마치 힌두교 설화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1편에서 분명했던 적(매트릭스-기계들-에이전트)과 우리(오라클-모피어스-네오-시온) 양측에 대한 설정이 모호해 지면서, 결국 매트릭스는 처음 스스로 제기했던 현실에 대한 혁명성을 희석 시킨 것이 아닌가 싶다.

 

무리일지 모르겠지만, 매트릭스1편의 사상은, 기독교 사상과 유사할 뿐 아니라, 국제정치 이론중에 맑시스트 이론에 속하는, '세계체제론'이나, 요즘 주목받는, 네그리의 책 '제국', 혹은 그람시의 헤게모니론과 상당히 통하는 부분이 있다.

 

권력의 지역적 중심이란 개념이 무의미해질 정도로, 권력이 이미 시스템화되고, 편만해 진 상태. 명확한 적을 인식하기 어려울 정도로, 보편화된 권력과 헤게모니에 맞서, 현실의 자각한 소수의 사람들이 이에 저항하기 시작하고, 그것이 확산되어 시스템의 붕괴(System Failure)를 가져온다는 줄거리는, 위의 이론들을 떠올리게 하는데, 그것들은, 맑시즘을 그 기원으로 하는 만큼, 묵시록 적이고, 혁명적이다.

(묵시록적이라는 말에 덧붙이면, 이런 점에서 맑시즘이 기독교의 패러디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둘다 새로운 세상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트릭스 1편이 끝나면서 나오는 'Rage against the machine'의 음악 'Wake up'의 가사도 결코 예사롭지 않다. 가사를 읽어보면,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말콤 X가 등장하고, 개인을 통제하는 지배체제에 대한 비판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물론 대부분의 관객들은 이 영화를 액션영화로만 기억하겠지만.

 

그러나, 2편과 3편에서 감독은 오히려 길을 잃은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다.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과도한 부담감과, 1편이 워낙 완결적으로 끝났기 때문에, 후속편을 만들려면, 그것을 뜯어 고치지 않으면 안되는 딜레마 때문에.

 

원래 음모론 측면에서 1편만 다루려고 했는데, 사족이 길어졌다. 사실, 3편은 아직 직접 보지도 못한터라, 후편에 대한 얘기는 이만 접고 후일을 기약하자.

 

어쨌든, 이 글의 핵심은, 음모론이며, 매트릭스의 음모론이, 외부의 모순에만 집착하는 이전의 영화들과, 분명히 구분된다는 사실이다.

외부의 모순에만 집착하는 음모론은 카타르시스는 크겠지만, 현실을 변화시키는 추동력으로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외부의 모순은 내부의 모순이 누적되고 구조화 되어 형성된 것이요, 그것은 또한 내부의 모순을 조장하는 순환론적 관계를 갖는다.

 

 

마지막으로 인상적인 OST, Rage against the Machine의 노래 Wake up을 들어보자. 영화의 주제와 매우 잘 어울리는 내용이다. 

인터넷에서 퍼온, Wake up의 가사와 해석을 올린다 (해석은 약간 수정을 거쳤음).

 

 

<Wake up> By Rage against the Machine

 

Come on! Uggh!

(이봐! 어이!)

 

Come on, although ya try to discredit

Ya still never edit

(이봐, 넌 믿지 않으려 하겠지만 너는 여전히 고치지 않고 있어)

 

The needle, I'll thread it

(바늘, 난 그것을 꿰맬 거야)

 

Radically poetic

Standin' with the fury that they had in '66

And like E-Double I'm mad

(극단적으로 시적이고 그들이 66년에 가졌던 분노를 가진 채,

그리고 E-Double처럼 난 미쳤어)

 

Still knee-deep in the system's shit

Hoover, he was a body remover

(여전히 똥덩어리 같은 사회체제 속에 푹 빠진 채,

후버-에드가 후버-, 그는 인간 제거기였어)

 

I'll give ya a dose

(난 너에게 비둘기를 보내)

But it'll never come close

(그러나 그것은 결코 가까이 오지 않겠지)

 

To the rage built up inside of me

Fist in the air, in the land of hypocrisy

(내 안에서 만들어진 분노로

위선의 땅에서 하늘 높이 주먹을 치켜들 뿐이지)

 

Movements come and movements go

(시위와 운동들은 왔다, 가고)

Leaders speak, movements cease

When their heads are flown

(지도자들은 연설하지만, 그들의 목이 날아갈 때 운동은 그쳤어)

 

'Cause all these punks

Got bullets in their heads

(이런 모든 자들은, 머리에 총알을 맞았기 때문이지)

 

Departments of police, the judges, the feds

Networks at work, keepin' people calm

(경찰들, 판사들, 연방수사관들,

네트워크는 작동하고 사람들의 입을 다물게 만들지)

 

You know they went after King

(너는 그들이 킹-마틴 루터 킹-의 뒤를 따랐다는 것을 알 거야)

 

When he spoke out on Vietnam

He turned the power to the have-nots

And then came the shot

(킹이 베트남에 대해 말했을 때,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권력을 돌렸을 때

그는 암살당하고 말았어)

 

Yeah! Yeah, back in this...

Wit' poetry, my mind I flex

(그래! 그래! 또 다시 여기로 돌아왔어

시와 함께 내 마음은 구부러지고)

 

Flip like Wilson, vocals never lackin' dat finesse

(윌슨-우드로 윌슨 대통령-처럼

목소리들이 결코 기교가 없는 것이 아니지)

 

Whadda I got to, whadda I got to do to wake ya up

(내가 하려는 건, 내가 하려는 것은, 널 일깨우는 거야)

 

To shake ya up, to break the structure up

'Cause blood still flows in the gutter

(널 흔들어 깨워서, 구조를 부숴버릴거야.

여전히 뱃속엔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지)

 

I'm like takin' photos

(난 사진을 찍는 것과 같아)

 

Mad boy kicks open the shutter

Set the groove

Then stick and move like I was Cassius

(미친 놈이 문을 차고 나가며 활짝 열어젖히자

난 카시우스-무하마드 알리의 예전 이름-처럼 움직이지)

 

Rep the stutter step

Then bomb a left upon the fascists

(파시스트들에게 폭탄을 던지지)

 

Yea, the several federal men

Who pulled schemes on the dream And put it to an end

(그래, 꿈속에서 도식을 이끌어내고,

그리고는 끝인 몇몇 연방주의자들)

 

Ya better beware Of retribution with mind war

20/20 visions and murals with metaphors

(너는 들끓어 오르는 마음의 보복을,

은유적인 20/20 프로그램의 시각과 벽화들)

 

Networks at work, keepin' people calm

Ya know they murdered X

(네트워크는 작동하고, 사람들을 입다물게 하지.

넌 그들이 X-말콤 엑스-를 죽인 것을 알거야)

And tried to blame it on Islam

(그리곤 이슬람에게 책임을 돌렸지)

 

He turned the power to the have-nots

And then came the shot

(그는 가난한 자들에게 권력을 돌렸고, 총을 맞았어)

 

Uggh!

What was the price on his head?

What was the price on his head!

(아! 그의 머리 값이 얼마일까?)

 

I think I heard a shot

I think I heard a shot

I think I heard a shot

I think I heard a shot

I think I heard a shot

I think I heard, I think I heard a shot

(난 총소리를 들은 것 같아!

...

난 총소리를, 난 총소리를 들은것만 같아!!!)

 

'He may be a real contender for this position

should he abandon his supposed obediance to white liberal doctrine of non-violence...and embrace black nationalism'

(그는 아마도 진정한 투쟁가였을거야.

그가 백인들의 비폭력, 자유주의 이념에 복종하는 것을 포기하고

흑인 민족주의를 끌어안아야 했을까?)

 

'Through counter-intelligence

it should be possible to pinpoint potential trouble-makers...

And neutralize them, neutralize them, neutralize them'

('정보국을 통해 잠재적 골치거리들을 정확히 찾아낼 수 있지.

그리고 중화시켜 버려. 중화시켜버려. 중화시켜 버리는거야')

 

Wake up! Wake up! Wake up! Wake up!

Wake up! Wake up! Wake up! Wake up!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깨어나라구!...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깨어나라구!...)

 

How long? Not long, cause what you reap is what you sow.

(얼마나 오래기다려야하지?

머지 않았어.

뿌린대로 거두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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