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엽

영화 '포레스트 검프(1994, Forrest Gump)'의 보수적 이데올로기

 

2004.02.07 이인엽 

 

 








이 영화 포레스트 검프는, 너무나 감미롭고 아름다운 그 주제가만큼이나, 감동적인 영화로 기억됩니다.  


지능이 약간 떨어지는 검프가, 단순함과 진실함으로 삶을 헤쳐나가고, 현실에서 성공하고 보람있는 삶을 산다는것,
그리고 미국의 현대사의 주요 장면들과 주인공의 삶을 엮어 놓은 치밀한 스토리, 

그리고 곳곳에 배어있는 유머감각과 톰 행크스의 뛰어나는 연기는,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해 주었죠.

동시에 포레스트 검프가 미국 현대사를 다루는 방식들을 보면, 

아주 정치적이고, 매우 '보수적인' 관점을 볼 수 있습니다.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은 스필버그 밑에서 실력을 쌓으면서,
백투더 퓨쳐 시리즈(옛날 영화지만, 이것도 각본이 참 뛰어난 영화였죠)를 만들었던 사람이죠. 

역시 특수효과도 뛰어나고, 각본이 치밀해서 대 성공을 거둔 영화들입니다. 



주인공 포레스트 검프(톰 행크스)는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미국 남부 앨러배마주 태생의 바보(Gump)입니다.

처음 장면에 나오지만, 그의 이름 포레스트(Forrest)는
악명높은 인종차별단체 KKK단의 창시자로부터 따온 것이죠.

검프의 고향 여자친구 제니(로빈 라이트)는 유일하게 검프를 따뜻하게 대해준 친구지만,
어릴적 아버지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하고 그 상처로 방황의 길을 걷게 됩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검프와 제니는 극적으로 다른 길을 걷게 되는데,
제니는 베트남전 반전운동에 앞장서는 등 진보적인 길을 택하고,
검프는, 졸업하면서 군 모집에 응해서, 베트남에 가게 되죠.

검프는 늘 그렇듯이 성실함과 단순함으로 군대에서도 인정을 받고,  
목숨을 걸고 동료들을 구해 내어 영웅이 되고, 

탁구 선수가 되어 닉슨이 중국과 관계 개선을 할 때 탁구 외교(Ping-pong diplomacy) 에도 참여합니다.  





그러나, 제니의 삶은 반대로 상당히 어둡게 그려지지요.
특히 제니 주위의 반전 운동가들은, 생활이 문란하며, 반사회, 반정부 적인 문제아들로 그려집니다.
깔끔한 제복에 말끔한 해병대 머리를 한 검프와 달리 

그들은 요란한 히피 옷차림에, 정신없고 폭력적인 태도를 보여주지요.

제니는 (여성에게 최악의 상태를 의미할 수 있는) 복잡한 연애관계와 방탕한 성생활, 마약 등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반전주의자들의 삶은, 히피문화, 마약, 프리섹스와 오버랩되면서, 방탕과 불건전으로 등치되고,
미국의 건전한 정신과 대치되는 것으로 설정되지요.

물론 역사적으로 두가지 흐름이 전혀 무관한 것은 아닙니다만,
영화는 두가지를 등치시키면서, 중산층이나 일반 대중에게,
반전이나 진보주의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강하게 남겨줍니다.


그러나 역사는 아는사람이라면, 미국의 베트남 침공은 정당성이 없었고, 

자국의 군인들과 엄청난 베트남 인들을 희생시킨 잘못된 정책이었다는 걸 인정하고 있죠. 

또한 인종차별이 극심하던 시절, 시민권 운동을 통해 그나마 미국 사회가 개선되어 왔음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입니다. 

이 와중에 보수주의자들은, 눈먼 애국주의로, 정당성 없는 전쟁을 묻지마 지지하고, 

인종차별을 합리화 하고, 마틴 루터 킹이나 시민권운동을 매도하기 바빴죠. 


마틴루터 킹 목사님은 인종차별 운동에 이어서, 

반전운동과 부의 재분배 문제를 제기하고 베트남 전을 비판하기 시작하자, 암살되고 맙니다. 







그럼에도 영화는 제니의 삶 전체를 부정적으로 보며, 

그녀가 진보주의자로 살았던 시기를, 
건전하지 못한 가정으로 인해 가족의 따뜻함(미국의 가치)을 체험하지 못한 이의, 도덕적, 정신적 방황(?)으로 묘사합니다. 
그리고 그런 삶을 반성한 그녀는,

결국 미국의 가치를 대변하는 '해병대원 검프'의 집에서 참된 안식(?)을 찾게 됩니다.

검프를 만나 제니는 변화된(?)삶을 살게 되지만,
과거 방탕한 삶의 후유증인 어떤 질병으로 인해, 아기를 남기고 죽게됩니다.
불치병으로 죽어가면서 검프에게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지요.

두사람의 삶은 진보와 보수의 두가지 가치를 극적으로 대비시켜 줍니다.







어느 영화평에서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영화에서 수차례 반복되는 메세지 "Go Home"은 "이제 방황은 그만하고
(공화당이 늘 강조하는) 미국의 가치로 되돌아가자"는 것이라고"

결국 미국을 오늘 이 정도로 만든 이들은, 사회에 불만을 품은 제니 같은 불순분자들이 아니라,
미국적 가치(?)에 충실한 검프와 같은 이들이라는 메시지를 설파하고 있습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검프가 부자가 되어 좋은 일에 돈을 쓰는 장면에서,
교회를 세우는 장면(건축중인 건물 위에 십자가를 설치하는 장면)과,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성가대에서 합창을 하는 장면이 비쳐지는데,

이것은 기독교인들(특히 남부 기독교인들)의 마음에 만족감을 주고,
'역시 기독교는 미국의 근본적인 가치이다'라는 자부심을 안겨주었겠죠.
(솔직히 저도 극장에서 처음 영화를 볼때는 이 장면을 보고 기분이 좋았습니다만...)

하지만 그들은 이건 몰랐을겁니다.

기독교가 미국의 근본적 가치로 인정받는 동시에,
미국의 보수적 가치들 - 미국 우월주의, 군산복합체의 영향력, 일방주의적 외교정책, 인종차별, 천민자본주의 - 까지도 기독교의 이름으로 지지해주게 된다는 점을. 


기독교가 정치적 보수와 공화당의 편에 서게 됨으로서, 보수가 책임져야할 모든 실책들을 기독교가 같이 책임지게 되고, 

보수에 질린 사람들은 기독교도 버리게 될 가능성이 크죠.

그리고 기독교의 가치 자체도 변질되고, 왜곡되게 됩니다. 


어쨌든, 음악과 연출, 구성, 연기 등 여러면에서 탁월한 영화인데, 

그 메시지만은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서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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