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2001, 허준호 감독):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
2007.09.11 이인엽
상우와 은수는 삶의 방식 자체가 다르다.
상우(유지태)는 가족과 함께 사는 소년의 감상을 가진 청년이고,
은수(이영애)는 이미 이혼을 경험하고 혼자 자기 삶을 살아가는 여성이었다.
사회적으로나, 인생의 경험에서나 두 사람은 불균형한 관계이기도 하다.
PD인 은수와 녹음기사인 상우의 관계에서, 상우는 그저 ‘아는 동생’이요,
두 사람의 관계가 소문나면 잘릴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상우는 소년의 감성으로 사랑에 몰입해 가는데,
은수에겐 그것이 부담이요 답답함이었을지 모른다.
오랜만에 찾아온 그런 순수한 사랑이 감격적이지만,
이미 그녀에겐 그런 방식의 삶은 맞지 않았다.
필요하면 만나고 또 상황에 따라 헤어질 수 있는 이른바 쿨한 관계.
상우가 실연으로 헤메지만,
그녀는 일상을 살아가고 다른 사람을 만나고
또 다시 상우에게 웃으며 같이 지낼까를 묻는다.
“사랑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가...”
상우의 실연은 할머니의 삶과도 오버랩 된다.
사랑하던 남편이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고, 말년을 외롭게 보낸 할머니는,
치매가 오면서 매일 기차역에 나가서 오지 않는 할아버지를 기다린다.
어쩌면 젊은 시절의 할아버지와 사랑의 기억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지도 모른다.
상우는 은수와의 짦은 만남을 통해 세상을 조금은 배웠겠지만,
차라리 그 만남은 없었다면 더 좋았을 지 모른다.
할머니의 죽음처럼, 상우의 마음속에서 순수가 죽어버렸을지도 모르니까.
이런 의미에서, 두 사람의 삶의 방식은
전통과 현대의 만남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사라져 가는 그 무엇들을 향해 안타깝게 귀를 기울인다.
지방의 전래 민요를 부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사라져 가는 자연의 소리들,
빛바랜 사진첩 속의 사진들과, 그들의 이야기들 . . .
존재하지만 잡히지 않고 사라져 가는 소리,
그리고 그 소리를 잡으려는 녹음기사 상우의 시도처럼 말이다.
삶은 아름답다. 그러나 그것은 유한하다.
또한, 순수는, 그것을 이해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만나지 못하면
조용히 죽어갈 수도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유한한 우리 인생과 삶, 그 너머를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쓸쓸함과 애잔함이 느껴지는 주제곡 '봄날을 간다'를 들어보자.
김윤아 - 봄날은간다(봄날은간다OST)
눈을 감으면 문득 그리운 날의 기억
아직까지도 마음이 저려오는 건
그건 아마 사람도 피고 지는 꽃처럼
아름다워서 슬프기 때문일 거야, 아마도...
봄날은 가네 무심히도 꽃잎은 지네 바람에
머물수 없던 아름다운 사람들
가만히 눈감으면 잡힐 것 같은
아련히 마음 아픈 추억같은 것들
봄은 또 오고 꽃은 피고 또 지고 피고
아름다워서 너무나 슬픈 이야기
봄날은 가네 무심히도 꽃잎은 지네 바람에
머물수 없던 아름다운 사람들
가만히 눈감으면 잡힐 것 같은
아련히 마음 아픈 추억같은 것들
눈을 감으면 문득 그리운 날의 기억
아직까지도 마음이 저려오는 건
그건 아마 사랑도피고 지는 꽃처럼
아름다워서 슬프기 때문일 거야,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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